3ㆍ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 환영행사가 지난 달 5일 강원 춘천시 도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러시아 우수리스크를 찾은 지난달, 먼 이국땅에 세워진 안중근 의사와 홍범도 장군 기념비, 이상설 선생 유허비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한평생 조국광복을 꿈꾸셨건만, 끝내 식민치하에서 생을 달리하신 그 절절한 아픔을 헤아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옷깃을 여미게 되는 싸늘함이 감돌았지만 “선열들께 부끄럽지 않는 후손이 되리라”는 뜨거운 다짐으로 대신했다.

참배 후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졌다. 암흑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우리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시대를 살아냈을까.” 고단한 삶에 더해 나라까지 빼앗긴 우리 선조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그 참담함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역사, 그리고 국내ㆍ외 독립운동사적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연일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을 다룬 영화도 나왔다. 오래 전 역사지만 바로 ‘우리’ 이야기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 문장은, 일제 강점기 역사가이자 언론인이며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다. 역사를 과거로만 인식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여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한 뒤 식민 지배를 받는 치욕의 역사를 감내해야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주저앉거나 나약해지지 않았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온몸으로 맞서 싸웠다. 조국독립을 향한 열망은 구국의 혁명운동인 1919년 3ㆍ1운동으로 거세게 타올랐다. 아우내장터를 비롯한 한반도 곳곳에서 두 달이 넘도록 만세시위가 이어졌다.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이 외침에는 남녀노소와 신분, 지역과 종교의 구분이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국민이 분연히 일어서 ‘자주독립’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함성에 독립의 구심체를 결성하라는 민족적 소명이 더해져 같은 해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위대한 역사가 탄생되었다.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그날의 ‘독립만세’를 재현하여 선조들이 도야한 뜻과 정신을 기리고 있다. 특히, 1919년 당시 들불처럼 번져 나갔던 3ㆍ1독립운동의 의지를 담은 상징적인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월 1일 출정식을 갖고 서울과 인천, 춘천, 고성, 대구, 안동, 영덕, 부산, 울산, 진주, 순천, 제주, 목포, 광주, 전주, 익산, 천안, 대전, 예산, 충주, 청주, 화성 등 전국에서 불을 밝혀온 ‘독립의 횃불’ 봉송행사다.

2,019명의 국민주자는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독립의 횃불’을 손에서 손으로 옮기고 있다. 독립유공자를 포함한 국가유공자 후손과 학생, 시민 등 다양한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이 횃불은 42일 간 온 누리에서 불을 밝히다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그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3ㆍ1운동으로 타오른 독립의 횃불이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법통인 임시정부 수립으로 열매를 맺는다는 역사적 의의를 접목시켰다.

‘독립의 횃불’은 역사를 기억하는데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새겨 선조들이 그토록 꿈꾸었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드는 동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식민지와 전쟁, 가난과 독재를 극복하고 오늘의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새로운 100년도 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정의롭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 ‘기억하는 100년!’을 통한 ’기약하는 100년!’ 우선 국민의 힘과 지혜를 한 데 모으는 ‘통합’이 그 출발점이다. “100년 전, 우리는 ‘조국독립’을 위한 길 위에 모두가 하나였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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