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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대강 보 개방ᆞ해체, 유역 주민이 결정해야

입력
2019.06.2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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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 경남 창녕군 합천창녕보 인근 낙동강 물에 녹조가 발생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2016년 8월 경남 창녕군 합천창녕보 인근 낙동강 물에 녹조가 발생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모습. 뉴스1

날씨가 더워지면서 4대강 녹조가 다시 근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영산강ᆞ금강 보 평가결과 발표 이후 보의 개방과 해체에 관한 논란이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인천 수돗물 사태에서 보듯, 물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다. 물 문제는 특성상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다. 선거에서 주민 표심을 흔들 수 있는 이슈다. 낙동강 취수원 갈등을 보자. 하류 정치인들이 상류로 취수원을 이전하자고 주장하면 하류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다. 이에 반대해 상류 지역 정치인들이 우리 물을 절대 줄 수 없다고 하면 역시 상류 지역의 지지를 받는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상하류 갈등은 커지지만 정치인들에게는 나쁘지 않다. 다음 선거에서 또 써먹을 수 있다. 이렇게 낙동강 물 갈등은 수십 년 동안 표류해 왔다. 물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면 대부분은 올바른 해법에서 멀어진다.

4대강 보 문제도 비슷하다. 문제가 너무 어렵고 복잡해 해법을 못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정책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의 문제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돼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강의 미래가 어떻게 돼야 할지도 이미 다 나와 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도, 그리고 끝난 지금에도 강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와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언제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기적 정치적 타산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발생한다. 4대강 사업이 비난받는 이유는 정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과 과학의 경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4대강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분명한 것은 목전의 선거에서의 표심만 우선시하는 정치권이 진로를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4대강 보에 관한 최근의 태도를 보면 야당이든 여당이든 그들의 관심은 우리 강의 미래보다 코앞의 선거에만 있는 것 같다. 이들이 강의 미래를 결정하게 해서는 안된다. 강의 미래에 대한 결정은 정치권이 아니라 유역 주민들이 해야 한다.

강과 강물은 공유 자원이다. 특정 목적으로 사유화하거나, 특정 지역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물 관리를 행정 구역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유역이라는 별도 경계를 정해 관리한다. 작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은 물 관리가 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행정 구역 단위를 넘어선 유역 차원의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곧 출범을 앞두고 있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그것이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통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낙동강 취수원 이전 문제 등 해묵은 물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그 답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대강 보 문제 역시 여러 행정기관과 전문가들, 주민대표들이 참여하는 유역 물관리 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야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유역 주민이 결정하게 한다’는 말의 의미를 곡해하면 곤란하다. 이제 물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4대강 관련 사안을 유역에 맡기고 손을 놓으면 된다는 게 결코 아니다. 4대강 문제가 이해관계자들의 이전투구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떠한 비전과 원칙 속에서 풀어 가야 하는지를 잘 제시해야 한다. 이는 환경부와 물 전문가들의 중요한 책임이다. 유역 주민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리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역할이다. 최선을 선택할지 차악을 선택할지는 유역 주민들 몫이지만, 편향된 정보와 일부 이해관계자에 의해 유역 전체에 대한 결정이 잘못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책임이다. 정치권의 개입에 위축되지 않고 4대강의 미래를 적극 고민하는 환경부와 전문가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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