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하던 위원들이 회의장을 나갔다.’
‘일부 위원만 참석한 채 반쪽 짜리 표결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회의장에서 매년 반복돼 온 모습입니다. 올해도 지난달 26일 5번째 전원회의에서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2개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가 경영계의 요구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든 업종에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안이 부결된 결과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두 차례 회의에 불참한 후 3일 회의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 사이 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시한(6월27일)은 지나버렸습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임위 회의에서 위원들이 퇴장하고 불참하는 일은 연례 행사입니다. 1988년 최저임금 도입 이후 표결 없이 노ㆍ사ㆍ공 합의로 결정된 경우 32회 중 7회에 불과했습니다. 표결한 25회 중에서도 노사가 모두 참석한 경우는 단 8회입니다. 그만큼 교섭 과정에 갈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현행 최임위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9명),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 위원(9명), 정부가 추천하는 전문가 집단인 공익위원(9명)이 모여 합의 또는 표결에 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3자 위원회 방식입니다. 그러나 노사의 최초 제시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심의 초반부터 노사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최근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각각 내놓은 최초제시(안)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까지 노동계는 줄곧 1만원(시급)을 주장했습니다. 현실성이 있는 수치를 제시한다기보다는 ‘1만원’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큽니다. 사용자 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폭 인상(2.4%)을 제시한 2018년과 마이너스 인상률(-5.8%)을 제안한 2010년을 제외하고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사용자 위원들의 최초안은 ‘동결’이었습니다. 이 또한 회의장에서 ‘최저임금을 더 올릴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목적입니다.
시작부터 명분 싸움이니 그 과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숫자를 놓고 세밀한 계산과 치열한 협상 끝에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기보다는 불참으로 시간을 지연시키고 마지막엔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는 노사 대표자들 모두가 자신들의 내부 집단에 ‘자신들의 노력’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됩니다. 결국 노사 당사자가 아닌 공익위원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최종 의결에는 공익위원 외에 사용자위원 전원이 업종별 차등적용 무산에 반발해 불참했고,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위원 9명 중 5명만 참여했습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결국 공익위원 뒤에 있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식의 뒷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말 최저임금위를 이원화하고 공익위원 선정에 정부의 입김을 줄이는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계류 중입니다.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지만 현 최임위 구조가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매년 재현해 이를 해소할 대안을 찾자는 의견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합니다.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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