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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국민과 괴리된 한일 언론

입력
2019.07.04 16: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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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복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복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진짜 만나는 건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위터로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는 뉴스에 깜짝 놀란 일요일(6월30일). 조마조마해 하면서 TV를 켰다.

성급하게 “내 정보에 따르면 만날 수 없다더라”던 모 국회의원의 억측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듯, 진짜로 김 위원장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만나 악수하고 북쪽까지 넘어갔다 온 순간, 많은 국민들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같은 모습을 보면서 “불쾌하고 창피하고 민망했다”는 분도 있었지만 말이다.

같은 시각, 북미 정상의 만남을 생중계한 일본 TV방송에선 이들과 거의 동일한 시각의 패널들이 문 대통령을 비꼬고 있었다. 한 일본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지상파 TBS의 낮 시간대 토크쇼인 ‘히루오비’에선 진행자들이 문 대통령의 역할을 평가 절하하는데 ‘필사적’이었다. “이것으로 중재자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이 확실해졌다”면서 이번 만남을 이끈 주체가 한국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라는 식으로 말하는가 하면, 다른 진행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가는 장면을 보면서 “문 대통령, (자유의 집) 문이 닫혀서 (양 정상이) 38선 넘는 것도 못 봤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할이 위축돼 보인다” “객(客)으로 전락했다” “안내자 역할에 그쳤다”고 폄하하기에 바빴던 국내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의 시각은 이들과 판박이다.

이 진행자들의 발언을 비판한 트윗은 3,000명 넘는 공감을 받았다. 리트윗한 다른 네티즌도 “문 대통령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려는 ‘히루오비’ 출연자들에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포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주면 아주 거품을 물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지상파 방송이나 주류 신문을 보면 친 아베 정권 성향과 함께 한국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노골적이지만 일본인이 많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문대통령(ムン大統領)’을 검색하면 전혀 다른 글이 많이 보인다.

북미 회담 직전에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아베 총리는 노골적으로 문 대통령을 외면했고 일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소외됐다”는 식으로 쓰기 바빴다. 그러나 이후 북미 회담 성사를 본 일본인 네티즌은 “G20에서 문 대통령을 ‘모기장 밖’에 뒀다 했지만, 정작 ‘모기장 밖’에 있었던 것은 일본의 아베 정권”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 역사적 외교를 북미 정상 양쪽에 타진하고 조절한 한국 대통령을 홀대한 것을 성과처럼 들먹였던 일본 언론, 일본 정치인들이야말로 얼마나 ‘모기장 밖’에 있었나”라고 쓴 네티즌도 있었다.

일본 방송이 자주 활용하는 것이 한국의 보수 언론의 현 정부 비판 보도다. 물론 정부가 잘못하면 따끔하게 지적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아베 바라기’인 일본 방송은 그 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보수 언론은 장기적인 국리민복을 위해 현재의 잘못을 비판하기보다는 단지 정파적으로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필봉을 휘둘러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정부에서는 “북한 관광시설 4조 투자하면 연 40조 번다”며 ‘통일이 미래다’라는 기획을 집중 보도하던 매체가 북미 정상의 만남을 보고 “불쾌하고 창피하고 민망해” 하는 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 아베 정부가 G20에서 자유무역의 가치를 주창해 놓고도 바로 우리나라에게 ‘사드 보복’을 연상시키는 무역 보복을 가한 것은 제3국의 시선에서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 언론의 지면은 마치 아베 정부의 시각에서 편집한 듯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세계 최하위인 이유를 생각해 본다. 트위터 등 다양한 여론은 외면한 채 아베 정권만 바라보는 일본 방송 역시 결국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당할지 모른다.

최진주 정책사회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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