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여부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한국은 해양 방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IAEA와 회원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반면, 일본은 이를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맞받았다. 한국이 오염수 문제에 대한 국제 공론화에 나서자 일본 정부는 이튿날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총회 기조연설에서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최근 일본 정부 고위 관료가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며 “해양 방류로 결정될 경우 전 지구적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제 이슈이므로 IAEA와 회원국들의 공동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IAEA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온 것처럼 오염수 처리 문제에서도 동일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앞서 5일 IAEA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가능성과 이에 따른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일본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과학기술장관은 문 차관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노력은 IAEA에서 평가받고 있다”며 “폐로 작업과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해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비판들이 있다”고 한국을 견제했다. 그는 또 “일본산 식품 수입과 관련해 아직도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고 규제를 유지하는 국가ㆍ지역이 재해 지역의 부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한국 등에 규제 철회를 요구했다.
히키하라 다케시(引原毅) 빈 주재 국제기구대표부 일본 대사는 21개국의 기조연설 이후 한국 측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바다에 방류하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된 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 전 환경장관의 발언에 “개인 발언일 뿐이고 오염수 처리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해양 방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7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IAEA 총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관련 대처를 비판하는 정부 연설을 했다”면서 “(한국 측 주장은) 풍평피해(소문에 의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郎) 오사카(大阪) 시장은 같은 날 “영원히 오염수를 탱크에 넣어두는 것은 무리”라며 “처리를 통해 자연계 수준의 기준치보다 낮아진다면 과학적 근거를 제대로 보여준 뒤 해양에 방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사카만으로) 가져와 방류한다면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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