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받은 ‘다스 소송비’ 확인
로펌 ‘에이킨 검프’ 보관 자료 한정
항소심 판결 내년으로 넘어갈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추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 법원이 미국 로펌에 사실조회를 신청키로 했다. 미국으로 관련 서류가 오가는 절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판결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3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인보이스(송장)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을 위해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에 대한 사실조회가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
앞서 지난 5월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를 통해 다스 소송비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51억여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 받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냈고,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삼성 관련 뇌물액은 기존 67억7,000만원(공소사실 기준)에서 119억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재판 막바지에 검찰이 혐의에 대한 주요 증거를 제출하면서 방어권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증거 출처가 불명확하고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있으며,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뇌물이 100억원을 넘는 것이라 사실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반격에 나섰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요구는 로펌 측 자료 제공을 넘어 진술까지 요구하는 수준이라 부적절하다”며 “미국의 진술청취를 요청한 다른 사안들을 확인해보니 평균 7개월이 소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 제출한 자료는 에이킨 검프가 소송비용을 받아 송금한 것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실조회를 하되, 대상을 에이킨 검프의 보관 자료에 한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이번 달까지 질의사항을 만들어내면, 검찰이 다음달 초까지 사실조회 최종안을 만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사실조회 최종안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법원을 통한 사법공조 형태의 사실조회 신청도 추진한다. 사실조회 신청으로 인해 곧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이 전 대통령 판결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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