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수준과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망 이용료가 비쌀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시설들이 밀집돼 있고, 전기료도 저렴한 편이며, 공동주택이 많아 케이블 하나로 몇 천 세대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우리나라 망 비용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최대 15배나 비싸다고 합니다. 망 이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 해외 콘텐츠사업자(CP)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망 비용 부담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에 비유되는 망 이용료는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최근 들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트래픽 부담이 큰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통신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해외 CP들과 법정에서 싸우거나, 정부 기관을 통해 중재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서비스하는 박태훈(34) 왓챠 대표는 국내 CP들의 망 이용료 적정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는 유일한 사업자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왓챠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망 비용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고, 너무 비싸다는 것”이라며 “망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우리나라만 점점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100mbps 기준 국내 한 통신사의 경우 망 사용료로 월 3,000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통신사 AT&T는 1,071달러(약 127만원)를 책정하고 있다.
ISP들은 CP들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당하고 망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통신사들이 망 유지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프랑스는 정기적으로 통신사들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 공개하고 있다”며 “정부가 망 유지 비용 책정 근거를 공개하고, 이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 CP들에게 제시해 망 이용료를 받아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왓챠플레이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뛰어들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서비스다. 지난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5곳(월트디즈니, 소니,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NBC유니버셜)과 모두 계약 체결을 완료했고, 미국 HBO와 계약해 ‘체르노빌’, ‘왕좌의 게임’ 등 굵직한 작품을 독점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예정인데, 과도한 국내 망 이용료 때문에 콘텐츠나 기술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비싼 망 이용료는 오히려 글로벌 사업자들에게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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