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법무부는 수사 상황과 피의사실 등 형사사건 내용의 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권을 중시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주문에 따른 이 규정은 발표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 관계인이나 검사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나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 검사장이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독소 조항이 특히 문제였다. 규정 제정 과정에서 여론수렴을 위해 언론사에 배포한 초안에 없던 내용이어서다.
▦ 자유한국당이 가만있었을 리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즉각 “법무부가 오보에 대한 자의적 판단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며 “지금이 5공화국이냐”고 따졌다. 공석인 장관 대신 국회에 출석한 법무부 차관은 한국당 의원의 십자포화를 맞고 ‘부적절한 규정’이라고 물러섰다. 법조기자단도 법무부를 항의 방문해 지난달 29일 확정 발표된 훈령에서 오보 기자 검찰출입 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하지만 형사사건 구두 브리핑 금지나 검사 및 검찰수사관 접촉 금지 요구는 반영되지 않아 기자단은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자유한국당이 엊그제 “당과 관련한 편파ㆍ왜곡 보도를 하는 언론사와 기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불공정 보도에 대해 두 차례 사전 경고하고 그 다음엔 출입금지 등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박성중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특히 MBC를 지목하며 “최근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MBC는 TV, 라디오 가리지 않고 문재인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영방송의 책임을 망각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삼진아웃제를 흔들었다.
▦ 두 사안에 임하는 한국당의 태도는 명백히 내로남불이고 자가당착이다. 최근 유독 KBS와 MBC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을 소홀히 다룬다는 보수 신문 보도나 “절절함이 없다”는 황교안 대표의 질책에 미디어특위가 과민 반응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의 경각심 고취” 운운하는 미디어특위의 조치는 ‘정신 승리’만 주장하는 지도부의 초조감을 드러낼 뿐이다. 대안정당 유성엽 의원이 ‘3+1 연동제’ 합의를 거부한 민주당에 “전형적인 여측이심(如廁二心ㆍ뒷간 오갈 때 마음 다르다)이자 소인배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도 다르지 않다. 그나마 안팎의 비판에 시달리다 사흘만인 어제 개그 같은 이 방침을 철회했다니 만시지탄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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