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면 희망을 담은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한다. 기업과 정부도 가정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올해 무슨 계획을 세우셨는가? 더 바쁘게 살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다짐을 하지 않으셨는지.
새해 시작 때마다 세우는 계획들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명 포털 검색창에 ‘비전 2020’이라고 치면 1,500만개가 넘는 검색결과가 나온다. 오래전부터 정부도 기업들도 2020년을 목표달성의 해로 정하고 많은 계획들을 세웠다. 2020년으로 끝나는 계획들이 많으니 올해는 새로운 계획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더욱이 공약이 난무하는 총선도 있으니 2020년은 ‘계획 홍수의 해’가 될 것이다.
행복 경제학에서는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비율로 행복의 수준을 평가한다. 즉, 소비가 일정하다면 욕망을 줄여야 더 행복하다. 욕망이 일정하다면 소비가 늘어야 더 행복해진다.
욕망의 다른 표현은 계획이다. 계획의 목표는 주로 GDP나 소득과 같은 지표로 나타낸다. 우리사회는 욕망도 소비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지난해 이미 1인당 GDP가 3만달러가 넘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의 계획대로라면 2045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6만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계속 GDP가 높아지면서 한국은 더 행복한 나라가 될까?
소비에 의해 욕망이 채워져야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소비가 더 늘어나야 행복의 최소 요건이 충족되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난으로 어려운 청년들, 노후대책이 없는 노인들, 열심히 일할수록 적자가 더 쌓이는 자영업자들. 이들에게는 여전히 더 많은 소득과 소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한국인의 평균적인 소득과 소비는 이미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세계자연기금이 발간한 생태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 인류 모두가 오늘날의 한국인처럼 살아간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대한민국은 이미 소비가 더 늘어야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행복의 역설’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경제가 계속 성장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나라라는 것이다. 세계 제1의 자살률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국가정책의 목표를 GDP보다는 국민들의 행복을 나타내는 지수로 바꾼 지 오래다. UN에서도 SDGs(지속가능 발전 목표)라는 새로운 목표들을 계획의 지표로 정하고 있다. 이 목표들을 보면 대부분 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인류가 함께 공존하는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계획들은 경제성장과 GDP가 가장 중요하다.
2019년은 기후위기시대에 미래를 위한 계획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행동이 세계를 뒤흔든 한 해였다. 이에 호응하여 많은 나라들이 청년들과 과학자들이 요구하는 “탄소제로 사회의 비전”을 세우고 있다. 지난 9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65개 국가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넷제로 계획 수립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녹색전환을 어렵게 하는 너무 많은 계획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발과 성장의 목표로 채워진 이 계획들은 우리 사회의 전체의 욕망을 담고 있다. 이러한 욕망을 줄이지 않고 행복을 위한 새로운 계획들을 만들어 갈 수 없다.
새해에는 더 이상 행복을 갉아먹는 계획을 더하지 말자. 대신 우리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욕망의 계획들을 어떻게 덜어낼지 고민해 보자.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가족과의 행복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지구를 위해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더 많이 남겨두자.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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