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22> 검사 사칭 대출 사기
“공무원 사칭 사기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기다. 이런 사기가 여전히 통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가 투명하지 않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는 증거다.”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2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무원 사칭 사기가 여전히 줄을 잇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 사칭 사기는 권력 기관 직원임을 내세워 금전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군사정권 시대에나 통할 법한 이런 사기가 여전한 건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권력 기관은 무소불위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 사칭 사기가 잇따르며 ‘청와대 사기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뒤를 봐주는 대규모 투자’, ‘총무비서관이 돕는 해외 불법자금 인출’ 등을 명목으로 한 금전 사기가 잇따르자 이례적으로 대통령까지 나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께 소상히 알리라”고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사칭범들은 자신이 엄청난 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데 많은 국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권위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이를 의심하거나 따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사칭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교수는 “특정 공무원 신분을 내세워 ‘이거 비밀인데 당신만 알아라’는 식으로 꾀며 돈을 요구하는 순간 모든 게 가짜라는 신호”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사칭범들은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고 주로 정부기관 내 비밀조직 요원, 지하자금 등 은밀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물이라고 속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 사칭 사기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정원이 국가안보 신고전화(111)를 통해 직원사칭을 신고 받듯 기관별로 사칭 사실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무원 사칭 사기범들은 재범률이 높은데 재범을 저지른 범죄자에 한해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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