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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중히 기소하고 판결에 책임지는 검찰

입력
2020.02.04 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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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정치투쟁을 대신해 주는 기관이 아니다. 검사는 ‘나쁜 놈들을 혼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수호하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률가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서재훈 기자
검찰은 정치투쟁을 대신해 주는 기관이 아니다. 검사는 ‘나쁜 놈들을 혼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수호하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률가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서재훈 기자

요즘 일본 드라마 ‘형사와 검사’를 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서로 다른 입장이 팽팽히 부딪힌다. 이 드라마 첫 회 소재는 빈집털이범 기소 문제였다. 연쇄 빈집털이범이 경찰에 체포된다. 여죄를 추궁받던 피의자는 어느 집에 침입했다 순간적으로 노인을 밀치고 나온 경험을 털어 놓는다. 알고 보니 그 노인은 그날 사망했다. 이제 쟁점은 이 피의자가 절도뿐 아니라 강도치사 범죄까지 저지른 것인지가 된다. 피의자는 ‘사람을 죽인 적은 없다’고 반발하고 검사는 경찰에 증거를 확보하라고 다그친다.

증거 확보가 여의치 않자 담당 형사는 검사에게 “큰 공을 세우려고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담당 검사는 답한다. “살인이 있었다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도록 해야죠. … 경찰 송치 사건 중 기소되는 것은 3할. 7할은 처벌받지 않아요. 하지만 일단 기소되면 유죄는 거의 100%입니다. 경찰은 3할 타자로 좋을지 모르지만, 검찰은 10할 타자여야 합니다.” 범죄 처벌 필요성과 함께 무고한 사람을 기소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화를 보면서 검찰 개혁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됐다. 일본의 유죄율은 매우 높다. 99.8%. 기소되면 거의 모두 유죄다. 반면 기소율은 낮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38%. 유죄율은 한국도 높다. 99%가 넘는다. 반면 기소율은 훨씬 높다. 2018년 경우 58%. 일본 검사들은 한국에 비해 기소를 신중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소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무죄 판결을 치욕으로 여기는 일본 검찰의 문화이다. 무죄는 일본 검사에게 큰 불명예이다. 실패한 기소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과거 광우병 사태 관련 방송국 PD들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를 받았다.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혐의 기소 역시 과연 범죄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역시 대법원 무죄. 어느 검사가 책임을 졌나?

무책임한 검찰의 역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끝날 것인가? 사법 농단으로 지목돼 기소되었던 유해용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1심에서 모든 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계엄 검토 문건 은폐 혐의로 기소된 기무사 장교들 역시 1심 무죄가 났다. 지난 정부 실세였다는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권성동, 김성태 의원에 대한 채용 비리 혐의 역시 모두 1심 내지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물론 무죄 판결이 피고인을 천사로 만들지 않는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보도를 비판할 수 있고, 국회의원들을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검찰이 할 일은 아니다.

검찰은 정치 투쟁을 대신해 주는 기관이 아니다. 검사는 ‘나쁜 놈들을 혼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수호하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률가이다. 법과 증거를 놓고 냉정히 따져서 유죄 판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기소 후 자신의 판단이 법원에서 배척됐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조국 정경심 일가 기소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나름대로 성실히 수사하여 기소한 검사들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권의 도구로 전락하여 무리한 기소를 남발했던 검찰의 원죄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검찰개혁론자들도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 자성해야 한다. 내가 봐서 미운 놈은 혼내주고 우리 편은 봐주는 것이 검찰의 사명인가? 검찰을 내 수족으로 만드는 것을 검찰 개혁의 본질로 본다면 그런 착각은 결국 자기 목을 베는 칼이 될 것이다.

드라마 속 검사는 고심 끝에 결국 강도치사 혐의는 제외한다. 피의자는 여전히 빈집털이범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서진 않을 것이다. 법과 증거에 따라 절도범과 살인범을 냉정히 나눈 것. 그것이 검사의 판단이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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