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가장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집계, 승객 1인 기준 이동 거리 10억마일당 사망자 수는 2000년대 10년 동안 모터사이클이 212.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가 7.28명으로 2위인 반면, 민간 여객기 사망자는 철도나 버스보다 적은 0.07명이었다. 하지만 항공기 사고는 대부분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런 통계적 진실이 심리적 압박감까지 덜어주진 못한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민항시대가 본격 개막한 1950년대 이래 2010년대 말까지 60년간 발생한 항공기 사고( 1,085건) 가운데 49%(533건)의 주된 원인이 기장 과실(Pilot Error)이었다. 안전 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사고 건수 자체는 1950년대 165건에서 2010년대 49건으로 대폭 줄었지만, 기장 과실 비율은 2010년대 57%(28건)로 오히려 늘어났다. 다른 원인으로는 기계 결함(정비 불량 포함)이 23%로 두 번째 원인이었고, 기상 문제는 10%에 불과했다. 테러와 폭발물 사고, 기장 자살 등 ‘사보타주’ 사고도 지난 60년 사이 81건(8%)이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공항 활주로에서 막 이륙한 MD-87 여객기와 소형 세스나 상용기가 충돌해 승객 등 118명이 숨진 2001년 ‘리나테 공항 참사’ 를 살펴본 바 있지만, 무려 583명의 목숨을 앗아가 항공사고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1977년 3월 27일의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공항 참사도 주 원인은 기장 및 관제 과실, 혹은 서로에 대한 관행적 과잉신뢰가 빚은 사고였다. 이륙 준비를 시작한 KLM 네덜란드 항공사 보잉 747 여객기가 육상 이동 중 활주로를 미처 벗어나지 못한 팬암사 보잉 747과 충돌, 두 항공기 승객 614명과 승무원 30명 가운데 KLM 탐승자 전원(승객 234명 승무원 14명)과 팬암 탑승객 335명이 숨졌고, 생존자 61명이 전원 중경상을 입었다.
평균 시속 800km로 운항중인 항공기는 고도나 수평거리가 150m이내로 근접하면, 실제 피해가 없어도 공식 사고(Near Miss)로 집계된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항공기가 밀집 대기하며 이착륙하는 공항은 저 규정의 유일한 예외권역이다. 항공기 사고의 68%는 이착륙 전후에 빚어진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