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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Why] ‘모동숲’이 뭐지…코로나19·일본 불매운동에도 없어서 못 사는 이유

입력
2020.03.31 12:18
수정
2020.03.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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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란을 일으킨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닌텐도 페이스북 캡처
품절 대란을 일으킨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닌텐도 페이스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생활필수품을 제외하곤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 위축 속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인데요. 주인공은 일본 닌텐도사가 지난 20일 내놓은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과 게임팩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입니다.

해당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구매하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품절된 상태인데요.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웃돈을 얹어 되파는 이들까지 생기면서 온라인 중고매매사이트에는 정가 36만원 게임기가 2배 비싼 70만원 안팎까지 치솟은 가격에 올라와 있을 정도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만 모동숲 없다’며 게임기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애를 태우며 이미 게임기를 확보한 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동물의 숲 에디션이 얼마나 인기였는지 코로나19도 이를 구매하려는 이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일 발매 당일 서울 용산 매장에는 동물의 숲 에디션 게임기 70대를 추첨 방식으로 판매하는 데 3,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가 모동숲 품절의 원인이라고?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 발매된 지난 20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제품을 사기 위해 서울 용산 전자상가로 가는 통로에 줄을 서 있다. 커뮤니티 루리웹 캡처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 발매된 지난 20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제품을 사기 위해 서울 용산 전자상가로 가는 통로에 줄을 서 있다. 커뮤니티 루리웹 캡처

사실 동물의 숲 에디션의 인기는 코로나19와 인연이 많습니다. 먼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용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출하가 늦어졌고, 당초 2월 초였던 출시 일정이 이달 20일로 늦어졌지요. 이에 더해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개학이 늦어진데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는데요. 등교나 출퇴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여유 시간에 집 안에서 놀 거리를 찾는 상황도 게임기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의 매력이 없다면 인기가 금방 시들겠지요. 더욱이 이 게임은 폭력적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마을을 꾸미거나 채집하는 방식의 이른바 ‘힐링 게임’이라고 하는데요. 게임팩을 기다렸다 구매한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 김보민씨는 “사람들이 게임 안에서 집을 짓고 돈을 빌리면서 ‘노동의 숲’, ‘채무의 숲’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게임과는 다르다”며 “주인공뿐 아니라 섬도 마음대로 꾸밀 수 있고, 1년 내내 게임 내 이벤트가 있어 조바심만 내지 않으면 끝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동물의 숲은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만나지 못한 이들과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게 연결해 줍니다. 김씨는 “친구들과 인터넷 연결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합니다. 두 딸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최모(44)씨도 “동물의 숲은 혼자 할 때 보다 두 명 이상 같이 할 때 더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마을을 꾸미고 주인공에게 옷도 만들어 입히는 등 소소한 재미를 얻고, 그런 과정을 서로 공유하면서 즐기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SNS 등에는 누리꾼들이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후기 등이 올라오고 있지요. 코로나19로 우울한 환경 속에서 이처럼 힐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편 품절이 일으키는 구매욕, 코로나19로 우울한 환경에서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들이 구입을 많이 한다는 얘기가 들리든가 품절로 구매하지 못한다고 하면 사고 싶은 욕구는 더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곽 교수는 이에 더해 “우울하고 불안한 시기에는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다”며 “수년 전 처음 나왔던 동물의 숲 역시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동숲은 왜 일본 불매운동을 빗겨갈까?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팩 ‘모여봐요 동물의 숲’ 화면. 닌텐도 페이스북 캡처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팩 ‘모여봐요 동물의 숲’ 화면. 닌텐도 페이스북 캡처

그렇다면 동물의 숲 에디션은 일본 제품인데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나 맥주와 다르게 왜 일본 불매운동 대상이 되지 않을까 궁금해지는데요.

먼저 콘솔(TV 등에 연결하는 비디오게임 기기) 게임 자체가 국내에서는 마니아들이 즐기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됐던 7,8월 생활필수품보다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또 다른 콘솔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량도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안도 테츠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2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불매운동 영향이 아주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마케팅 활동 덕분에 지난해보다 판매량은 늘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즉 생필품인 의류나 맥주와 달리 동물의 숲 에디션은 취미용품인 게임기이기 때문에 대체품이 없는데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브랜드나 제품 자체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닌텐도와 같은 콘솔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마니아들이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인의 불매운동 표적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콘솔 게임은 집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 차나 맥주처럼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곽금주 교수는 “한국이 미워도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 않느냐”며 “닌텐도 게임 역시 이용자들 사이에서 너무 재미있고 구하기 어렵다고 소문이 났는데 대체품이 없는 만큼 상품 가치를 보고 즐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의 숲’은 낚시, 곤충 채집, 집 꾸미기 등을 할 수 있는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2005년 유명 배우를 모델로 한 ‘동물의 숲’ TV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닌텐도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에 삽입해 할 수 있는 게임인데요, 이 게임은 한국에서만 인기가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고 집에만 머무르는 이른바 ‘집콕’ 생활하는 이들이 늘면서 일본에서도 온라인 다운로드 제외 발매 한 주 만에 180만장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라고 하네요. 또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미국에서도 아마존 비디오 게임 분야 4위, 북미 닌텐도 e숍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어서 빨리 전 세계로 확산되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동물의 숲의 인기가 계속될지 궁금해지네요.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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