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1일 국내에서 시작한 광고 캠페인 ‘우리의 힘을 믿어’ 대표 모델로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심석희(23ㆍ서울시청)를 내세웠다. 재작년 코치로부터 폭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심석희는 이번 광고캠페인에서 성취감 깃든 웃음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는 “스포츠는 힘든 상황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하는 긍정적 효과와 힘이 있다”며 스포츠 이상의 가치를 언급했다.
이번 광고캠페인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남녀불문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가치를 잘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한국 축구대표팀 컬렉션을 선보인 프로모션이었음에도 소비자들이 디자인보다 메시지에 더 주목한 이유는 ‘나이키다운’ 광고 철학 때문이다.
나이키가 광고를 통해 ‘스포츠 그 이상’의 가치를 논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피니시 라인은 없다(There is no finish line)’란 슬로건으로 ‘영원한 승자는 없으며, 새로운 승부만 있다’는 정신을 내세웠다. 1988년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을 시작할 땐 마라톤 마니아였던 80세 노인 월트 스택(Walt Stack)을 모델로 내세우며 스포츠가 나이와 성별, 건강상태를 아우를 수 있는 매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감한 전략은 때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을 맞은 2018년,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앞장 선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33)을 대표 모델로 내세우면서다. 캐퍼닉은 2016년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을 꼬집으면서 국가 제창 대신 무릎을 꿇으면서 ‘무릎 시위’에 불을 당긴 인물. ‘모든 걸 희생해야 하더라도 신념을 가지라(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는 슬로건에 흑인 사회는 열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나이키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을 정도로 기득권층엔 강한 거부감을 안겨줬다. 당시의 나이키 불매운동은 큰 폭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이키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 낸 인물들을 과감히 모델로 발탁하며 진보적 메시지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국내 광고캠페인에 등장한 장애를 뛰어넘은 이덕희(22ㆍ서울시청)와 김예리(19), 나이의 벽을 넘어선 신유빈(16ㆍ대한항공)과 조현주(13)가 대표적이다.
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이덕희와 김예리는 각각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사상 첫 승, 브레이크 댄서 국가대표 발탁이란 꿈을 이뤘고, ‘탁구신동’ 신유빈과 ‘스케이트보드 신동’ 조현주는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겁 없는 10대다. 나이키는 이번 광고캠페인 모델 발탁 배경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연대와 영감의 원천은 스포츠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보여준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운동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일상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 취지와도 맞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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