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대통령은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자질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70년대생 가운데 경제를 공부한 이가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며 보수 정치의 위기를 세대교체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040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도 했다. 벌써부터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김세연(48) 의원, 18대 의원을 지낸 뒤 여의도를 떠난 홍정욱(50) 전 의원 등의 이름까지 오르내린다.
□ 야당의 세대교체 움직임은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DJ와 YS가 격돌했던 1970년 신민당 전당대회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40대, 이른바 497세대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번 총선에서 40대 당선인은 38명(12.7%ㆍ비례대표 포함)인데, 직전 586세대에 비하면 상당한 지체다. 586세대는 자신들이 40대였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 80명(26.6%)이 국회에 진출했고, 21대 국회에서도 압도적 과반(177명ㆍ59%)을 차지했다. 심지어 5선 의원(송영길ㆍ57ㆍ81학번)도 배출했다.
□ 학생운동이 퇴조하고 서태지로 상징되는 대중문화 전성기인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497세대는 기업과 사회단체 등에서는 중간관리자로 있는 허리 세대지만 정치적으로는 잊힌 세대나 다름없다. 민주화에 헌신한 586세대로부터 ‘개인주의자’라는 비판을 듣다가 중심부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뒷세대인 밀레니얼세대에는 ‘유사 586세대’로 찍혀 벌써 구세대 취급을 받고 있다. 90년대 신촌 대학가를 배경으로 히트를 한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TV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대중문화의 소비자로만 자신들이 호출된다는 497세대의 자조가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 갑작스러운 정치권의 497세대 호출이 ‘찻잔 속 태풍’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앞뒤 세대의 장점을 아우르는 시대정신을 보여 줘야 한다. 한 세대 연구(‘한국 사회의 세대별 시민성 비교연구’ㆍ2015) 에 따르면 497세대는 공동체에 대한 희생과 봉사정신은 586세대보다 낮지만, 사회 집단 간 소통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586세대나 밀레니얼세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ㆍ계층ㆍ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이라면 꼭 필요한 덕목이다. 497세대의 분발을 기대한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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