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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천사인가 악마인가

입력
2020.06.24 13:00
수정
2020.06.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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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참새'…곡식도 먹지만 해충도 잡는다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석달 만에 증시가 70% 가까이 상승하자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 금지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금융정책 발표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석달 만에 증시가 70% 가까이 상승하자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 금지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금융정책 발표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염병은 공매도의 뺨을 때렸다. 한국은 3월 16일부터 6개월 동안 공매도를 전면금지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 많은 국가들도 다양한 공매도 규제를 실시했다. 이번 경제위기는 또한 공매도의 효과를 알아볼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기를 맞아 공매도를 규제한 것이 이번뿐만은 아니어서 과거에도 금융위기 때 한시적이든 부분적이든 공매도 규제는 여러 국가들에서 꽤 인기있는 처방이었다. 다만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공매도 금지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을 배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이번에는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  


손실가능성 무한대...위험천만 투자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시장에 내다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청산하는 투자다. 주식을 빌려와서라도 팔고 싶은 이유는 오늘 팔아야 좋은 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일은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기대한다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공매도는 오늘 주가가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믿을 때 실행하는 투자다. 오늘 비싸게 판 값과 내일 싸게 산 값의 차이는 공매도 수익이 된다. 이처럼 공매도가 성공하려면 대상 주식의 가격이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 

오늘 삼성전자 주식 한 주를 5만4,000원에 매입했다고 하자. 이론적으로 주가는 무한대까지 상승할 수 있으니 이 거래의 경우 기대이익의 최대치는 무한대다. 반면 내일 주가가 0원이 된다면 손실 5만4,000원을 감내해야 한다. 주가는 0원 밑으로는 떨어질 수가 없어 손실엔 하한선이 있다. 그러나 공매도를 한 경우 손실과 이익의 기대값은 전혀 달라진다. 내일 주가가 0원이 된다면 이익은 최대치인 5만4,000원이 될 것이다. 한 푼도 내지 않고 주식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끝도 없이 상승할 경우 손실은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익은 무한대로 열려있으나 손실에는 하한선이 정해져 있는 매입거래와 달리 공매도의 경우에는 손실이 무한대로 열려있고 이익에는 상한이 정해져 있다. 공매도는 이렇게 위험한 투자다.

중국 루이싱커피는 나스닥 상장 1년 만에 공매도 전문 투자사에 의해 회계조작이 밝혀져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루이싱커피는 나스닥 상장 1년 만에 공매도 전문 투자사에 의해 회계조작이 밝혀져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판 스타벅스' 회계조작 밝혀내

이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려면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거라는데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으면 안될 것이다. 다시 말해 공매도 투자자들은 노이즈에 춤추기보다 현재 주가가 과대평가 되어있다는 정보에 기반해 투자하는 투자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정보에 기반한 투자는 가격효율성(수익률이 위험에 대한 적정한 보상 수준에서 결정된다)을 높인다. 공매도는 특히 부정적인 정보들이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는 것을 돕는다. 경영자들이 기업에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고 싶어하는 탓에 부정적 정보는 합법의 테두리 끝에서 두리뭉실하게 공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매도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정보를 끝까지 추적해 밝혀낸다. 부정적 정보들이 숨겨진 탓에 주가는 과대평가되어 있을 것인데 이를 폭로하면 주가하락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스타벅스로 불리우던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의 주가가 90% 폭락했는데, 그 배경에는 미국의 머디워터스(Muddy Waters)라는 회사가 있었다. 머디워터스는 광범위한 현지 조사를 통해 회계조작 비리를 파헤치고 공매도를 걸어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기업의 탈법행위를 고발하는 경우가 내부자 고발의 경우와 비교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매도자들이 회사에 불리한 정보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이는 경영자들에게는 정보를 조작하거나 숨기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가 될 수 있다. 허튼 수작을 부리더라도 다 밝혀낼 터이니 나쁜 짓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 말이다. 이러한 경고가 빈수레의 소음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들도 이미 나와 있는데 한 연구는 공매도가 허용되는 경우 회계장부상 숫자들을 예쁘게 조작하려는 노력이 줄어들게 됨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줬다. 


2016년 한미약품은 악재 정보를 늑장 공시해 기관 및 특정인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뉴시스 자료사진?

2016년 한미약품은 악재 정보를 늑장 공시해 기관 및 특정인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뉴시스 자료사진?


개미는 겨우 1%...탈ㆍ불법 여전히 활개

그렇지만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는 크다. 공매도 관련 금융사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고 설령 들통이 난다 하더라도 미약한 처벌만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나 골드만 삭스 유령주 거래 사건은 불법으로 규제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s)가 최근까지도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주식을 빌려오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이루어지는 공매도를 무차입공매도라고 한다.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거래로 엄연한 불법이다).

한미약품 사례는 쳐다볼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회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공시하고 부정적 정보는 숨겨둔다. 일반 투자자들이 유리한 정보를 믿고 거래하는 사이에 비싼 가격에 주식을 공매도 한다. 이후 부정적 정보를 뒤늦게 공시해 발생한 가격폭락을 틈타 싼 값에 주식을 사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이익을 챙긴다… 만약 여러분이 호재성 공시를 믿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65만원에 주식을 샀는데 바로 뒤이어 나온 악재성 공시 때문에 그날 주가가 51만원으로 떨어진 채 마감되었다면 심정이 어떻겠는가. 나중에 보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처벌도 솜방망이 몇 대 맞는 걸로 끝났다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겠는가. 한 법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적 공매도가 일어난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한다. 무차입공매도가 늘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산처럼 쌓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공매도가 비난받는 또다른 이유는 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놀이터이며 개인에게 불리하게 짜여진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에서 온다. 실제로 공매도의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들에서 나오며 개인투자자들에 의한 공매도는 겨우 1% 정도다. 잘 해봤자 외국인들 배만 불려주는 공매도를 뭐하러 굳이 유지하려 하는가라는 회의가 들 만도 하다. 그러나 공매도를 막는 것은 강력한 자본통제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를 규제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갖는 신뢰와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기회가 외국인에 비해 심하게 제약되어 있다는 불만에도 귀기울여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공매도 금지가 능사일까

공매도를 금지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공매도가 금지되면 현재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는 앞으로 주가가 오를 거라고 믿는 투자자들만 남게 될 것이다. 시장이 이렇게 한 쪽으로 쏠리면 버블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불행히도 버블이란 언제고 꺼지게 되어 있다.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면 우리는 그것을 금융위기라고 부른다. 실제로 20년전 나스닥 버블이 생기는데 공매도 제약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학계의 연구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버블이 터져 위기를 겪느니 공매도를 통한 가격조정을 미리 조금씩 받아들이는게 낫지 않을까?


삼성중공업 보통주와 우선주 주가 비교

삼성중공업 보통주와 우선주 주가 비교


버블과 관련해 최근 우선주들의 가격 급등은 우려스럽다. 5월초 5만4,000원 수준이던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등을 계속하더니 6월 들어서는 아예 1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18일 종가로 무려 74만4,000원이 되었다. 보통주가 6,530원에 마감한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우선주 이상 폭등은 두산퓨얼셀과 한화도 마찬가지여서 6월 8일 보통주와 우선주 주가를 똑같이 100으로 놓고 보았을 때 불과 10일후인 18일에는 우선주가 보통주의 2배(두산퓨얼셀) 또는 3배(한화)까지 올랐다(삼성중공업의 경우 4배ㆍ그림). 대개 의결권 가치로 인해 보통주 가격이 우선주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관계가 역전된 것뿐만 아니라 격차도 상상하기 어렵게 벌어진 것이다. 6월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 20개 중 14개가 우선주였는데 이들의 평균 주가상승률이 200%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해당 종목들의 보통주는 15% 상승에 그쳤는데 말이다. 이 같은 수치는 주가조작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이러다가 나중에 혹시 주가가 폭락이라도 한다면 우선주를 폐지하자고 할까 봐 겁난다. 과거에 공매도가 허용되었을 때에도 우선주 가격이 이유없이 폭등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를 거울삼아 공매도가 이번에 제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차입공매도ㆍ거짓공시 처벌 강화를

이 참에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실 ‘공매도’라는 이름은 잘못된 것이다. 빌 공(空)자를 쓰니 마치 없는 것을 내다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현재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무차입공매도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합법적인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매도’ 뿐이다. 그러니 공매도란 이름도 차입매도로 바꿔 무차입공매도와 확연히 구분해 부르는 것이 낫다.

투자는 자유로운 것이 좋고 결과는 투자자가 책임지면 된다는 것은 유능한 심판이 반칙을 적절히 제어하고 처벌하는 것이 전제될 때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적절한 공시나 사기, 가격조작 등 금융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 시급하다. 범죄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착하게 살라고 얘기하는 건 한가한 소리다.

곡물을 갉아먹는 참새를 가리켜 해로운 새라고 칭했던 마오쩌둥의 손가락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참새잡이가 참새를 천적으로 삼는 해충들을 들끓게 했고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대폭 확대되어 수천만 명이 굶어죽은 그 참담한 현대사 말이다. 참새는, 곡물을 갉아먹어 농작물 피해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해충을 잡아먹어 더 큰 피해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이로운 새다. 공매도는 자본시장의 참새다. 그렇다면 공매도가 자본시장의 참새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곡물보다 해충을 더 잡아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어떨까.

이관휘ㆍ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공매도와 주식 유동성 연구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통계학(석사)과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재무경제학(박사)을 공부했다. 국제 권위 학술지에 공매도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논문을 다수 게재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해 그간 연구를 바탕으로 '이것이 공매도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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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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