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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신료 쟁탈전

입력
2020.07.1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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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KBS 본사 사옥. 한국일보 자료사진

KBS 본사 사옥. 한국일보 자료사진


상반기 국내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국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는 브렉시트 이후 미래 사회상을 다룬다. 정치가 우리 삶에 얼마나 세세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이 드라마에는 언론의 사회적 중요성을 시사하는 장면이 있다. 극우정당이 집권한 후 영국 공영방송 BBC가 문을 닫는 대목이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사라진 후 드라마 속 영국 사회는 혼돈의 세계로 빠져든다. BBC의 위상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BBC 운영은 TV수신료에 기대고 있다. 영국에선 컬러TV를 보는 경우 1년에 수신료 157.50파운드(약 24만원)를 내야 한다. 수신료는 물가상승에 따라 인상된다. 수신료 납부를 두고 갈등이 적지 않지만, 수신료 덕분에 BBC는 양질의 프로그램과 공정한 뉴스를 만들고 있다. 국내 공영방송 KBS도 광고와 함께 수신료가 주요 수입원이지만 재정과 제작 여건은 BBC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국내 수신료는 1981년 이후 39년 동안 1개월 2,500원이다. 1981년 서울 지하철 이용료가 1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신료 동결은 지나치다. 그럴 만도 했다. 5공화국 시절 ‘땡전뉴스’ 오명에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벌어졌으니 인상은 언감생심이었다. 1994년 수신료가 전기료 고지서에 포함된 것도 거부 운동의 영향이 컸다. KBS 사장 대부분이 취임 주요 공약으로 수신료 인상을 내세웠으나 번번이 야당 반대에 부딪혔다. 정권 편향 논란이 매번 발목을 잡았다.

□최근 MBC 내부에서 수신료 배분 주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고 수익이 예전 만도 못한데 공영방송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KBS에선 수신료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시청률을 놓고 경쟁했던 두 방송사가 이젠 수신료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미디어 빅뱅 시대일수록 등대 역할을 해줄 공영방송이 더욱 절실하다. 공영방송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선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무늬만 공영방송이어서야 수신료 인상과 배분이 무슨 소용인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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