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철 지난 이념 공세로 얼룩졌다. 과거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 후보자 경력이 표적이었다. 장관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는 자리가 사상 검증 무대로 변질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느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는 공개선언을 했느냐”며 전향 여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 후보자가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허사였다. 태 의원이 거듭 전향 여부를 따지자 이 후보자는 결국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고 말해야 했다. 청문회에선 전대협 의장 시절 작성된 반미 문건에 대한 추궁도 쏟아졌다.
야당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합당한 대북관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향한 적 있느냐’는 식으로 사상을 검증하는 건 지나치다. 이 후보자 말대로 젊은 시절 급진적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날도 그는 "주한미군은 주둔하는 것이 맞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울 구로갑에서만 4번 당선된 이 후보자는 4년간의 의정 활동을 매번 평가 받으며 지난 20여년간 선수(選數)를 쌓아왔다. 그간의 활동은 깡그리 무시하고 30여년 전 학생운동 시절을 도마 위에 올려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건 색깔론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색깔론은 과거 분단체제에 편승한 보수 기득권 세력이 즐겨 사용한 통치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문ㆍ조작사건이 자행됐다. 통합당은 불과 사흘 전 근대화와 함께 민주화 정신도 계승하겠다며 새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국민 분열을 조장한 과거를 반성하겠다고 해놓고 얼마 안가 색깔론으로 돌아간다면 통합당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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