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이 11일 결국 무산됐다. 지난 7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에 이어, M&A를 통한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두 번째로 무산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이날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함으로써 10개월에 걸친 줄다리기를 끝냈다. 앞서 정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 등을 잇달아 열고, 아시아나에 대한 2조4,000억원 규모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인수가격 1조원 인하를 제안하는 등 M&A 성사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HDC현산은 재실사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은 모빌리티기업 도약을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 위기가 닥치자 ‘꿈’보다는 ‘현실’을 택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 구조조정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아시아나는 부채비율이 2,300%에 이르는데다, 자본잠식률도 50%에 육박했다. 2조4,000억원이 지원되는 ‘플랜B’가 가동돼도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이스타항공 사정은 더 어렵다. 최근 전 직원 1,136명 중 605명이 정리해고를 통보받는데 이르렀다. 창업주였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마저 외면하는 행태로 검찰 고발까지 당하며 되레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건 지탄받아 마땅하다.
위기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은 늘 대량 실업 우려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능동적 결단 없이 시간만 끌다간 과거 해운산업 구조조정 때 한진이 분해됐듯, 더 큰 고통과 실패를 부를 위험이 크다. 항공업 역시 막연히 경기 회복을 기다리기만 하는 대응으로는 회생이 어렵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아시아나는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필요가 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