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정부의 문책 해임 시도가 인사 파동으로 비화했다. 발단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하도록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국토부는 “구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 법규위반이 있어 해임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구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달 초 국토부 측이 자진사퇴를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국토부 주변에 알려진 해임 추진 사유는 법인카드 부당 사용과 공사 직원에 대한 인사갑질 등이다. 하지만 국토부 항공정책실 실장까지 역임한 구 사장이 ‘친정’인 국토부에 초유의 인사 반기를 든 배경은 ‘인국공 사태’의 희생양 만들기 차원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공항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과정에서 공사노조와 취업준비생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직접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이래, 인천공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시범무대가 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구 사장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 6월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1,902명 등의 직고용 정규직화를 추진한 것도 정부 방침을 충직하게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구 사장으로서는 ‘독박’을 쓰기 싫다는 얘기다.
구 사장 인사 파동은 공공기관장 인사를 밀실에서 운영해 온 정부의 오랜 관행이 빚은 질 낮은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국토부의 어설픈 일처리와 구 사장의 안쓰러운 행태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정부의 공공 고용확대 정책이 경영 여건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으로 강행돼 해당 기관장조차 실패 책임을 회피하는 ‘모럴 해저드’를 야기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