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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보수가치에 反하지 않는다

입력
2020.09.30 06: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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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3법’에 대한 원론적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보수진영의 논쟁이 촉발되었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가 들어갔다는 점을 들어 이들 법에 대해 거부할 입장이 아니라고 하자,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보수 정당의 가치가 경제민주화와 양립할 수 없다며 정강정책 자체에까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즉 공정경제 3법이 기업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법이므로 국가와 사회의 생산성 향상과 효율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보수진영의 지향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가 집단소송제를 증권분야에서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하는 집단소송법안과 징벌적배상책임 조항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내 놓고 김종인 위원장이 이마저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자 이러한 논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보수의 가치는 과연 무엇이고, 경제민주화는 보수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보수의 가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 ‘개인의 선택의 자유에 대한 존중’ ‘작은 정부의 지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표방한 입법이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에 반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시장경제의 룰(rule)을 더 공정하게 다듬는 입법은 보수의 가치에 부합한다. 둘째, 규제기관의 힘을 키우는 입법은 보수의 가치에 반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일정한 재산권체계하에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사법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에 부합한다. 셋째, 국가 예산을 들여 특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입법은 보수의 가치에 반하지만 정부의 예산 소요나 공무원 수 확대 없이 시장의 자율기능을 확대하는 입법은 보수의 가치에 부합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공정경제3법이나 집단소송법안은 큰 골격에서 볼 때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 공정경제3법의 핵심내용인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임무해태에 대해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인데 대기업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소수주주들이 가진 경영감시기능을 무력화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므로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한다. 집단소송제도 역시 불법행위로 소액 다수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재산권 보호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한다.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서의 3% 의결권제한 역시 대주주와 회사 간 이해관계자 거래를 주로 감시하는 감사위원회의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공정경제3법의 세부 내용 중에서는 정부의 영향력이나 국가 형벌권을 확대하는 ‘규제적 성격’의 내용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것들이 기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또 시장에 의한 자율규제의 확대에 발맞추어 기존의 정부규제를 완화하거나 국가의 과도한 형벌권행사를 견제하는 노력 역시 보수진영의 역할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입법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는 보수진영이 수구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수호하는 집단으로 거듭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주영 변호사ㆍ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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