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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대개 공항 이름은 도시나 지역 명칭을 따와 짓지만 정치인 이름을 딴 사례도 적지 않다. 뉴욕을 대표하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1964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한 달 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워싱턴 관문 공항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따 워싱턴 국제공항이었다가 1998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국제공항이라는 다소 긴 이름이 됐다. 휴스턴의 조지 부시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텔아비브의 벤 구리온 공항,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 프라하의 하벨 공항, 몬트리올의 피에르 트뤼도 공항 등도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공항으로 유명하다.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예술가나 유명인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있다. 뉴올리언스 대표 공항은 재즈 뮤지션 이름을 딴 루이 암스트롱 공항이고, 리버풀 공항은 비틀스 멤버 이름을 딴 존 레넌 공항이다. 바르샤바 공항 이름은 바르샤바 쇼팽 공항이다. 로마 공항과 베니스 공항도 각각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마르코 폴로 이름을 넣었다.
□인천국제공항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항이라는 점에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세종국제공항으로 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1992년 신공항 명칭 공모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세종공항’이었다. ‘인천공항’은 8위에 그쳤으나 공항 이름에 지역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천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인천국제공항이 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17개 공항 이름이 모두 지역명으로 돼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이름 붙이자고 제안하면서 또다시 논쟁이 일 조짐이다. 당장 야권에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작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중 압권은 ‘차라리 오거돈 국제공항으로 하라’는 주장이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겨냥해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오거돈 국제공항으로 하라’는 비아냥인 셈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18년간 4개 정권을 거치면서 세 번이나 계획이 백지화될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이런 정치 풍토면 설령 ‘노무현 국제공항’이라 이름 붙여도 몇 년 못 가 공항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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