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8월 18일 89세로 세상을 떠난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은 미남의 대명사였다. 20세기 프랑스 영화 전성기의 2할 정도는 그의 몫이었다. 들롱은 독일계 프랑스 배우 로미 슈나이더(1938~1982)와 프랑스 배우 안느 파릴로(64) 등 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다. 요란스러웠던 연애사와 달리 배우자는 단 한 명이었다. 프랑스 배우 나탈리 들롱(1941~2021)과 5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 그가 남긴 ‘공식적인 자녀’는 2남 1녀다.
□ 평생 들롱 아들임을 주장했으나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가 있다. 프랑스 배우 크리스티앙 불로뉴(1962~2023)다. 불로뉴의 어머니는 미국 밴드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의 활동으로 유명한 독일 모델 겸 가수 니코(1938~1988)다. 니코는 들롱과의 짧은 연애로 불로뉴를 낳았다고 생전에 주장했으나 들롱은 죽을 때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니코와의 불편한 관계가 이유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 유명 배우 정우성의 사생활이 1주일 넘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모델 문가비가 지난 3월 출산한 아들의 친부라는 게 지난달 24일 알려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였던 정우성의 이력을 들먹이며 위선자라고 비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다이렉트메시지(DM)로 여러 여성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추측까지 돌며 정우성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그가 그동안 쌓은 이미지에 배신감을 느낄 수 있으나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 정우성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상식에서 정치·사회적 발언이 아닌 사생활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정우성의 사생활 공개로 어쨌든 분명해진 건 있다. 비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사회적,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혼외자라는, 무심코 쓰는 단어에 차별이 스며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했다. 크리스티앙 불로뉴는 들롱의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입양해 키웠다. 불로뉴는 들롱 양아버지의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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