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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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8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내 반일감정을 의도적으로 조장한 그의 속내가 훤했기 때문이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섬이다. 중동 가자지구 마냥 하루가 멀다 하고 로켓이 오가는 분쟁 지역이 아니라, 주권국의 치안과 군사력 미치는 온전한 우리의 '영토'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구태여 독도를 갈 일이 아니다. 가만히 둬도 우리 땅인데, 일부러 먼저 요란떨어 ‘독도는 분쟁 지역’이란 국제사회의 오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도 외교전의 이 자명한 셈법을 이 전 대통령이 모르지 않았을 테다. 그럼에도 그가 독도 행각을 벌인 것은 무엇때문이었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밀실체결 논란으로 굳어진 친일 이미지를 씻어야 했고, 임기 말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온갖 비판을 잠재울 한방이 필요했을 것이다. 잠시나마 지지율이 반등했지만, 그때 나락으로 떨어진 한일관계는 지금껏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바닥을 친 한일관계 관리가 아닌 대립 각을 택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 전제 조건으로 내거는 초강수를 둔 것. 박근혜 정부에 몸 담았던 외교 관료들은 "아베 정권에 대한 부정적 국내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관계 개선보단 극우 아베 정권과 대립 각을 세우는 게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아베 정권과의 대립 각이 박근혜 정부 지지율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반면 그 대립 각이 만들어 낸 위안부 합의가 정권 종식을 앞당긴 것만큼은 분명했다.
한일관계를 악용했다가 후폭풍을 감당해내지 못한 과거 대통령들의 모습이 문재인 정권에도 벌써부터 어른거린다. 피해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기 어려웠던 현 정권 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4·15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조직적인 반일 선동은 전임 정권보다 못하지 않았다. 여당 산하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이 총선 정국에서 여당에 긍정적일 것”이란 내부 보고서를 내는가 하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뜬금없이 ‘죽창가’까지 불러대며 노골적으로 반일감정을 부추겼다.
2019년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무책임했다. 3개월만에 ‘종료 유예’로 꼬리를 내린 것만 봐도 애당초 허풍이였다. 공연히 미국의 반발만 사고, 일본의 양보도 끌어내지 못했다.
극일(克日)을 강조하며 전의를 불태웠던 문재인 정부 대일 외교가 최근 ‘사이좋게’로 방향을 틀었다. ‘동선 비공개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난 박지원 국정원장은 “화기애애 했다”고 분위기를 띄웠고, 새로 내정된 강창일 주일대사는 “북방영토가 러시아 영토”라는 과거 발언은 ‘오해’라고 해명하기 바쁘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강제동원 문제를 ‘봉합’하자"고 제안했다.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또 혹시 모를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한일관계 개선이 아쉬워진 것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다. 반일감정을 자극하긴 쉬웠지만, 주워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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