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방 예산 52조8,000억원이 확정됐다. 아쉽게도 방위사업청에서 제시한 경항모 관련 예산 101억원 중 단 1억원만 반영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항모 확보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예산 심의과정에서 경항모는 북한 및 주변국 위협과 무관하다는 식의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고 영토·영해 분쟁 관련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경항모는 확실한 억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해양국인 우리에게 항모전단은 지해공 전 영역에서 작전이 가능한 다목적의 입체적 공격력으로 움직이는 군사기지다. 기습으로 육상 활주로가 파괴되더라도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결정력이 바로 경항모 전력이다. 유사시 적의 측방과 후방으로 은밀하게 접근해 전략적 중심을 정밀 타격할 스텔스 기능의 함재기는 치명적 공격 수단이 된다.
항공모함의 유용성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체계 개발로 항모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주장이 무색하게 중국과 일본은 항공모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경항모 전력을 추가 확보하는 계획이 추진 중이고, 영국도 아시아ㆍ태평양 해역까지 항모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에게 있어 경항모는 국익 수호를 위한 필수전력이다.
방호능력도 신뢰할 만하다. 자체 방호력도 강력히 구비할 것이나 유사시에는 한미연합전력으로 편성되어 충분한 호위전력 방호하에 작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극초음속 무기의 위협 또한 선도국인 미국과 연합하면 충분히 억제할 수 있어 비관적으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경항모를 도입하면 미 태평양 함대의 출동 요청에 불려 다니다가 볼일 다 본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 현 한미관계 및 군사동맹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한미관계 현주소는 상호 의존적이고 수평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우리 해군의 파병을 요청했는데 우리 해군은 호위연합체와 별개로 청해부대의 독자적 파병으로 응한 바 있다. 파열음도 없었다. 대한민국은 국익 우선의 독자적 판단과 결심으로 군사력을 움직이는 주권국이지 끌려다닐 정도의 허약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경항모는 한미동맹을 강화시킬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경항모는 해군만의 자산이 아니다. 경항모를 갖춘 입체적 전략해군력은 전략공군력 및 전략 미사일과 함께 핵심 전쟁 억제력이다. 변화무쌍한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의 외교력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강한 국방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익 수호를 위해 경항모 확보 사업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징비록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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