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5일 가수 겸 배우 설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이후 정치권은 ‘악플방지법’을 발의했다. 대형 포털은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2019년 10월 다음, 2020년 3월 네이버, 같은 해 7월 네이트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하지만 여자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지난해 7월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악성 댓글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러자 다음, 네이버 등의 대형 포털은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2020년 11월 악성 댓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와 1년 전인 지난 2019년 11월 조사와의 결과 비교를 통해 댓글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를 살펴봤다.
국민 10명 중 4명,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콘텐츠 이용 시간 증가
최근 일주일 동안 인터넷 웹 사이트, SNS,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후 온라인으로 지칭)의 콘텐츠 이용량은 응답자의 95%가 하루 이상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량에 있어서는 2019년 조사결과와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매일 이용한다는 응답이 2019년 조사 대비 4%포인트 증가한 67%였다.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에서 2019년 대비 하루 이상 이용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로 온라인 콘텐츠 이용 시간을 확인한 결과, 국민 10명 중 4명에 해당하는 40%가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18~29세 연령층에서는 2명 중 1명 이상이 이용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10명 중 4명이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활동이 증가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댓글 읽기 여부: 인터넷 웹 사이트(82%) >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67%) > SNS(60%)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할 때 댓글을 읽는지 물었을 때, 읽는다는 응답은 인터넷 웹 사이트(82%),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67%), SNS(60%)의 순으로 나타났다. 댓글을 항상 읽는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18~29세를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인터넷 웹 사이트의 댓글을 항상 읽는다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18~29세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43%), SNS(39%), 인터넷 웹 사이트(34%) 순으로 나타났다.
댓글을 단 적이 없다는 응답은 57%로 2019년 조사결과(54%) 대비 다소 감소했다. 댓글 작성 경험은 온라인 웹 사이트(25%), SNS(19%),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18%) 순으로 나타났는데, 인터넷 웹 사이트의 댓글 작성 경험이 2019년 조사 대비 5%포인트 감소했다. 댓글 작성 플랫폼은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18~29세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32%), SNS(26%), 인터넷 웹 사이트(17%) 순, 30대, 50대, 60세 이상에서는 인터넷 웹 사이트, SNS,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순, 40대에서는 인터넷 웹 사이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SNS 순으로 확인됐다.
‘악성 댓글 심각’ 88%, ‘선플 47% vs 악플 53%’
댓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물어본 결과, 새로운 정보의 습득(49%)보다는 재미ㆍ흥미를 얻을 수 있다(59%)는 응답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응답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재미ㆍ흥미를 얻을 수 있다는 응답은 18~29세에서 80%에 이르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온라인 상 악성 댓글이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도 45%에 이르고 있다. 반면 응답자가 생각하는 온라인 상의 선플과 악플의 비율은 선플 47%, 악플 53%로 2019년 조사 대비 악플 비율이 6%포인트 감소해, 큰 차이는 나지 않고 있다. 응답자가 생각하는 온라인 플랫폼별 악플 비율은 인터넷 웹 사이트(57%),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51%), SNS(50%) 순으로 나타났다.
‘연예ㆍ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ㆍ중단에 동의’ 80%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 폐지 또는 중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43%로 국민 10명 중 4명이 알고 있었다. 연예 뉴스 댓글 폐지만 알고 있다는 응답은 26%, 스포츠 뉴스 댓글 중단만 알고 있다는 응답은 3%인 반면 둘 다 잘 몰랐다는 응답도 27%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2040에서는 50% 내외가 연예,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ㆍ중단에 대해 알고 있었다.
현재 중단 또는 폐지되어 있는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에 대해서 폐지 또는 중단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80%, SNS 댓글 서비스 중단 동의 응답은 67%로 나타났다. 18~29세 연령대에서는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 폐지 또는 중단 동의율이 71%, SNS 댓글 서비스 중단 동의율이 46%로 나타나 다른 연령대 대비 동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악성 댓글 규제해야’ 80%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여 악성 댓글 작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2019년 조사 대비 5%포인트 증가한 80%로 나타났다. 반면 “인터넷 실명제는 악성 댓글 감소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더 크므로 도입하면 안 된다”는 의견은 3%포인트 감소한 9%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8~29세에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동의율이 6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 인터넷 실명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이 돼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로,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 감소보다는 게시판 기능, 즉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문제점이 노출돼, 결국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불법 정보를 줄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악성 댓글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2019년 조사결과와 동일하게 처벌 수위 강화(47%), 처벌 구성 요건 완화(29%), 교육 및 전국민적 캠페인(13%),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 규제(6%) 순이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캠페인 또는 자율 규제보다는 법적 강제력을 동원이 악성 댓글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온라인 콘텐츠 이용은 증가했다. 이용량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선플과 악플의 비율로 확인하였을 때에는 악플이 예년 대비 다소 감소했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연예,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 또는 중단으로 인해 감소한 것으로 인식하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악성 댓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민 10명 중 9명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댓글 서비스 폐지 또는 중단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응답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헌 결정이 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도 80%가 찬성하는 입장이다.
악성 댓글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형 포털에서는 댓글 서비스 폐지 또는 중단을 하고 있다. 대형 포털의 댓글 차단으로 인해 SNS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악성 댓글이 이동하는 한편,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 외의 뉴스에 기사화되는 일반인에 대한 악성 댓글이 증가했다는 주장도 있다. 댓글에 대한 원천적인 차단이나 인터넷 실명제 도입 또는 법적 처벌 강화 등을 통해서만 악성 댓글을 줄일 수 있을지 곱씹어 봐야 하겠다.
정관철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