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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대신 분노 넘치는 일본... 혐한의 시작은 한일 힘의 역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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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대신 분노 넘치는 일본... 혐한의 시작은 한일 힘의 역전 때문”

입력
2021.01.31 15:36
수정
2021.02.01 09:39
21면
321 13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 출간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일본 내 혐한의 출발점은 일본보다 잘 나가는 한국에 대한 위기감이자 열등감"이라고 분석했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일본 내 혐한의 출발점은 일본보다 잘 나가는 한국에 대한 위기감이자 열등감"이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잘 나가던 일본이 아녔어요. ‘좀비 나라’ 같다고 할까.”

2019년 게이오대 방문연구원으로 일본에 머물렀던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지난 30일 전화통화에서 당시 느꼈던 일본 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1994년부터 10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의 눈부신 발전상을 목격했던 터라 변화의 충격은 더했다. 경제는 수치만 나쁜 게 아녔다. “유명 관광지인데도 오후 5시 이후로는 문 연 커피숍이 거의 없더라고요. 도시가 활기를 잃은 거죠.” 생기를 대신한 건 분노였다. 한국을 향한 적개심, 혐한(嫌韓)이 방송과 신문, 잡지를 도배했다. 전직 주한일본대사까지 밑도 끝도 없이 “한국은 곧 망할 것”이라고 떠드는 지경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90년대,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은 아예 관심 밖이었다. 일본 사회가 한국을 많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징조였다”고 말했다.

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이 연구위원은 “일본보다 잘 나가는 한국에 대한 위기감이자 열등감의 발로”라고 진단한다. 그가 최근 출간한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서울셀렉션)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180도 달라지고 있는 힘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반일 감정에서 싹튼 ‘국뽕’에 취한 주장은 아닐까 하는 의심은 거두자. 이 연구위원의 분석과 궤를 같이 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증언’이 뼈대를 이룬다. 일본 내 한반도 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즈미 하지메 도쿄국제대 교수는 “결국 한일 갈등은 달라진 힘의 관계에 양국 모두 익숙하지 않아 빚어졌다”며 한일 역전 현상을 에둘러 인정한다.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민들에게 불법 향응 의혹이 제기된 '벚꽃 모임' 행사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민들에게 불법 향응 의혹이 제기된 '벚꽃 모임' 행사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일본이 퇴행을 거듭하는 이유는 역시 정치다. 코로나19 대응은 총체적 실패였다. 도쿄올림픽 성공이란 정치적 노림수를 위해 팬데믹 초기 코로나 검사에 소극적이었던 정부, 병원과 의료 자원의 총동원을 가로막은 칸막이 관료 조직, 국가가 아니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바쁜 후진적 민주주의 등 일본 국가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일 격차가 비교적 선명했던 경제 또한 뒤집어질 조짐이다. 2017년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이 연구위원은 물가 등을 감안하면 한국 국민의 생활 수준이 일본 국민보다 더 높아졌다는 걸 뜻한다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는 명목 GDP도 한국이 곧 일본을 뛰어넘을 거라 예상한다.

한일 역전의 시대,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할까. 이 연구위원은 상당수 한국인들이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일본은 언제나 옳고, 한국보다 우월하다’는 전제를 깨트리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한일은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본은 당분간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우리도 일본처럼 ‘반일’을 외칠 순 없는 거 아닌가. 이 연구위원은 과거사 반성에서 일본이 스스로 변화하기까지, 한국은 ‘원칙’을 지키며 ‘명분’을 쌓아가면 된다고 했다.

한일역전·이명찬 지음·서울셀렉션 발행·400쪽·2만2,000원

한일역전·이명찬 지음·서울셀렉션 발행·400쪽·2만2,000원

더 이상 밀릴 거 없는 한국이 일본에게 ‘잘 지내자’고 지속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내자는 것. 일본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로”이기 때문에, 공을 떠안은 일본의 정치적 압박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장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에게 '한국은 노력하는데 일본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우리가 먼저 그러자고 치고 나가야 합니다.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니까요. 더 이상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는 것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열쇠가 돼줄 것입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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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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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 Jang 2021.01.31 20:05 신고
    일본인들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대지진이 나는것도 아니고 코로나19도 아니고
    경제침체도 아니고 바로 한국의 힘이 커지는것이다.
    지그덜 발됫꿈치라고 멸시햇던 나라가 어느새 지그넘덜보다 더세지고 더 강해졋으니
    그보다 더한 악몽이 읍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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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sw 2021.01.31 18:38 신고
    일본은 이미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앞으로 두고 두고 갚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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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KIM 2021.01.31 22:39 신고
    한국 망하라고 떠드는건 조중동과 국짐당 그리고 그들에게 사육되는 광화문 좀비충들이 훨씬 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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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동행 2021.01.31 18:49 신고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이신 이명찬 명예연구위원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일역전 꼭 구입하여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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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2021.02.01 08:19 신고
    우리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아직 머물 단계는 아닙니다 인재를 육성하고 더 높은 이상과 살기좋은 나라를 위해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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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이기레기인줄몰라 2021.02.01 07:43 신고
    일본이 잘나간건 한국의 자원을 착취하면서부터이다. 청일전쟁직전 일본은 파산직전였는데 승리결과로 대한제국의 물자 인원등 모든것을 가져갈수있어 계속전쟁수행가능. 해방후 최근까지 꼽아둔 빨대가 없어지기 시작하자 쇠약의길로감.임진왜란때도 조선의 문화 인력 탈취로 큰발전한 왜국.호시탐탐 한국에 빨대꽂으려는 일본과 한국에서 호응하는 토착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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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출봉 2021.02.01 08:03 신고
    친일파들 속이 꽤나 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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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요롭게k12 2021.01.31 23:49 신고
    문명쇠퇴의 여러원인 중 하나가 이웃나라와 갈등관계의 증가이다.
    척화비가 조선왕조 멸망의 신호탄이었다.
    자유민주주의, 개방적 시장경제,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에서 벗어 날수록 망국의 지름길로 가는길이다.

    위의 소중한 원칙을 공유하는한 입본과는 동맹을 유지하고 사이좋게 지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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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열 2021.02.01 10:10 신고
      우리 대한 민국이 일본을 포용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준비되는 세월이 조만간 올 것입니다.

      그 때는, 일본의 태도도 지금과 180도 달라질 것입니다.
      일본이야 말로 현실적이고 실용적 국민성이기 때문이지요.
      즉 슨 - 강자에 엄청 약하고, 약자에게 엄청 잔혹하기 때문에
      제 발로 숙이고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조금만 더 분발해서 , 우리의 국력을 더 키워야 하겠습니다.
  • 게으른꿀벌 2021.01.31 20:52 신고
    책선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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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열 2021.02.01 10:05 신고
    ㅎㅎ ~
    역시나 전문가 이십니다 ~ ! ! !
    불과 20 ~ 30년전에는 일본에 대한민국에
    지금과 같이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나 패악질을 하지는 않았지요.

    그 당시에는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이 위협적이거나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덕분인데 . . .
    지금은
    대한 민국 - 우 상 향
    일본 제국 - 우 하 향
    어쩌겠소 . .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
    딱 그 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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