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또 불거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 “추경 편성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히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기를 들었다. 3일 이 대표는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일축했고,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 사퇴 요구가 나왔다.
코로나19 위기에 1년 넘게 당정의 엇박자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근본 문제는 청와대가 조율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3일 라디오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다른 의견들이 제시되는 것들이 무수하게 많다”며 “이제 이견들을 조정하고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역할을 방기한 듯한 문제적 발언이다. 당정이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내고 토론하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국민에게 각각 다른 정책방향을 이야기하며 갈등을 공개하는 것이 정상이란 말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죽기살기로 대립할 때도 청와대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던 탓에 법적 분쟁으로 치닫고 뒤늦게 대통령이 사과했다.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행정'은 격에 안 맞는 부끄러운 행동이다. 그는 “재정 운영상 다다익선보다 적재적소 가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런 원칙과 지원 방법은 당정 간 회의석상에서 주장하고 협의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기재부 직원을 향해 “단순히 곳간지기만 한다고 기재부를 폄하한다. 어떤 부당한 비판도 장관이 최일선에서 막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공직자 의무를 망각한 자기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홍 부총리의 사표를 반려했었고 12월 “내년에도 잘해 주기 바란다”며 그를 재신임했다. 돌이켜 보면 재신임은 미봉에 그쳤다.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고 4차 대유행, 5차 재난지원금이 또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해법이 경질이든 아니든 청와대는 혼란 없는 국정을 위해 당정을 조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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