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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징벌적 손배,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입력
2021.02.1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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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9일 인터넷상의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도입하려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기존 언론과 포털을 포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앞서 유튜버 등 인터넷 이용자가 거짓이나 불법정보로 명예훼손 등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처리 법안으로 선정했다. 민주당은 법 적용 대상에 언론사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오락가락하다가 친문 지지층의 항의가 쇄도하자 언론사 온라인 뉴스도 포함시킨 것이다.

SNS 등을 통해 음모론이나 가짜뉴스가 급속히 퍼져 피해가 심각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해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 방송에서 “검찰이 재단 계좌를 열람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근거 없는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해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켰다.

하지만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맞물려 있어 법적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가짜뉴스나 명예훼손을 규제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표현의 자유’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현행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다.

한국처럼 형법에 명예훼손죄가 남아 있는 선진국도 거의 없다. 영국은 2010년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다. 미국도 형법에 명예훼손죄가 없으며 민사상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실시되지만 ‘현실적 악의’를 공직자가 입증토록 해 폭넓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도입하려는 징벌적 손배제는 반대로 언론사가 고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민주당이 포털까지 정조준하고 나선 데는 인터넷 뉴스 전반의 유통과 편집까지 길들이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 제도를 발의한 윤영찬 의원은 지난해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 편집에 불만을 품고 ‘카카오 들어오라’는 문자를 보내 갑질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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