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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간 복지 어젠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신(新)복지제도론’을 제시했고, 이 지사는 최근 SNS를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 로드맵 등을 공개하며 이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다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 이 대표가 제시한 신복지제도론의 핵심은 ‘적정복지’다. 김대중 정부 이후 사회복지분야의 투자 본격화로 웬만한 제도는 다 갖춰졌지만 개발시대에 각인된 ‘최소복지’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해 혜택(급여)과 대상 모두 빈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문제의식이다. 청년수당, 상병수당 도입을 제외하고는 실업급여 대체율 상향, 공공어린이집 비율 상향, 초중고 학급당 학생수 20명대 등 기존제도 내실화가 대부분이다. 증세에 소극적인 중산층의 복지 효용감을 높여 복지동맹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 이 지사도 같은 날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의 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된다는 점,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점, 복잡한 복지제도 정비가 목표가 아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종말 대응 정책임을 명시했다. 액수를 적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수준(1인당 25만원)의 연 2회 혹은 연 4회 지급안과 재정소요를 예시하는 등 제법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복지 정책에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고 재원 마련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중량급 대선주자들이 이른 시기에 복지 어젠다를 이처럼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정치적 논박이 아닌 정책적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두 어젠다 모두 코로나 사태로 극명히 드러난 취약층 복지 사각지대 해소, 양극화 해소라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 해소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은 새길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신복지제도론’이 보육과 교육 분야, 문화활동 지원 등 중산층 지향이라는 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전(全) 국민 대상임을 명확히 해 빈곤계층엔 충분한 급여가 될 수 없다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중산층 표심을 겨냥한 생색내기 복지 경쟁에서 이젠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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