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1심 선고와 관련해 “이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이 사건은 전 정부 출신 산하기관장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지난 8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3명에게 강제로 사표를 제출받은 혐의 등으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전 정권 인사를 쫓아내고 자기 진영 사람들을 채우는 관행에 대해 법원이 “폐해가 심해 타파해야 할 불법적 관행”이라는 판단을 내렸는데도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다”고 항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블랙리스트에 뒤따르는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표 제출 거부자에 대한 표적 감사 등의 압력 행사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정권교체기에 이뤄지는 공공기관 물갈이 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 정도로 보는 듯하다. 물론 선거로 정권을 잡은 정당이 자신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쇄신 인사를 단행할 필요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법령이 규정한 임기제 등과 충돌해 매번 잡음이 적지 않았다. 법원이 이런 관행에 대해 불법이란 판단을 내린 만큼,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차제에 공공기관 인사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에 힘을 쏟는 것이 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장 임기를 존중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다른 정부에 비해 우리는 덜 했다'는 억울한 심경이 담긴 것으로 보이지만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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