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사망에 이른 여성과 그 주변인 피해자가 192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15년간 1,672명이라니 충격적인 수치다. 언론보도를 분석해서 집계한 것인데, 끊임없이 발생하는 ‘교제폭력’ 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데도 경찰청이 아직도 공식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유엔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11월 25일)에 맞춰, 여성 폭력 사망자 수치를 공개한 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사망자 192명 중 17명은 사망 전에 교제폭력을 신고했는데도 보호받지 못한 채 살해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집계한 수치이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얼마나 더 많은지는 모른다. 여성의전화 통계는 교제폭력, 가정폭력 사망자 등을 아우르기 때문에 경찰이 세분화한 공식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힘과 권력관계에 의한 특수성 때문에 아무래도 교제폭력의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다. 성별 접근을 통해 세밀히 분석해야 여성 피해자, 남성 피해자 각각에 도움이 되는 제도 마련이 가능한데도 경찰 통계는 젠더적 접근을 배제한다.
경찰은 지난해에야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 규모를 집계했지만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다. 호주 등 해외 선진국에선 통계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살해당했는지 전수조사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경찰청이 공신력 있는 통계를 내놓지 않으니, 민간단체에서 내놓는 통계를 보고 “이렇게 많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성계에서 “만연한 여성 상대 범죄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감추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모든 정책의 기초는 통계다. 현실을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교제범죄에 대한 세밀한 통계를 작성한다면, 제도적 해법을 찾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범죄 현황 자료를 독점하는 경찰이 성별 통계 분류를 외면하는 동안, 며칠이 멀다 하고 교제범죄 사망사건이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민간단체가 언론보도를 보고 피해자를 집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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