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산업재해가 많은 9개 대기업 대표를 불러 산재 이유와 재발 방지책을 따지는 청문회를 처음 열었다. 산재를 줄이자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피고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최근 5년간 산재 승인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난 기업이 대상으로 건설업에서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이, 제조업에서 포스코,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가, 택배업에서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참석했다.
최근 포항제철소 사고를 비롯해 5년간 산재 사망자가 44명에 이르는 포스코는 안전대책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면서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사망자 유족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도의적 비난도 나왔다. 사고가 "작업자 행동에 의해 많이 발생했다"며 작업장 상태는 투자로 바꿀 수 있지만 이런 행동을 고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산재 책임을 노동자에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은 기업 대표도 있었다.
기업들이 안전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내비친 대로 당장 안전 설치가 어려운 현장은 어쩔 수 없다거나 아무리 안전 설비를 늘리더라도 작업자가 부주의하면 도리 없다는 생각은 모두 산재의 불씨다. 대표들이 인정한 것처럼 중대사고 피해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청업체에 대한 감독, 관리 소홀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반복되는 컨베이어벨트 사고에서 보듯 무엇보다 '사람 목숨보다 작업 속도가 우선'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감독당국의 관리다.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계획을 밝혔다. 사법경찰인 산업안전감독관도 증원해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체 산재의 80% 이상은 당장 이 법 적용이 유예되거나 면제되는 50인 미만 기업에서 발생한다. 속 빈 강정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새 법의 허점을 적극적 행정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산재 다발국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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