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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귀순

입력
2021.02.24 18:00
수정
2021.02.24 18: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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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1일과 22일 섭씨 12~16도로 올랐던 서울 최고기온이 24일엔 7도를 기록했다. 외부 활동에 무리가 없는 날씨다. 비슷한 온도의 물속은 어떨까. 미군 자료에 따르면 수온 10~16도 바다에 빠지면 1~2시간 뒤 피로ㆍ무의식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예상 생존 가능 시간은 1~6시간 정도인데, 수온이 4~10도이면 1~3시간으로 떨어진다. 섭씨 15~18도인 목욕탕 냉탕 온도에 비하면 4~10도 바다는 얼음장이다.

□물에 빠져 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이 나타난다. 저체온증은 심장 부근 체온(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체온이 내려가면 몸의 신진대사가 느려져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점점 사라진다. 그 결과 중추신경, 뇌신경 마비로 호흡과 심장박동이 줄어드는데, 체온 하락에 따라 오한(36~35도), 정신착란과 근육 강직(35~33도), 심박수 감소(32도), 졸음(31도), 동공 확장(29~28도) 등의 증세를 보이다 사망하게 된다.

□추울 때 덜덜 떠는 건 체온을 끌어올리려는 신체의 본능적 반응이다. 하지만 물에서는 몸 떨림을 통해 열을 만드는 것보다 외부에 열을 빼앗기는 속도가 더 빠르다. 물의 열전도율이 공기보다 몇십 배 높기 때문이다. 다급한 마음에 수영을 하면 체력 저하로 열 손실이 더 빨라진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강원 고성에서 북한 주민이 10㎞ 거리의 겨울 바다를 6시간 동안 헤엄쳐 귀순했다. 당일 해역 수온은 6∼8도로, 초속 10~13m의 강풍이 불고 파도가 높게 쳤다. 바람은 체온을 더 빨리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그는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았다. 잠수복 안에 패딩형 점퍼를 받쳐 입은 덕분이란다. 북한 주민이 입은 패딩은 고기능성일까. “어업 관련 부업을 해 물에 익숙했다”니, 해류까지 파악하는 그 ‘부업’은 무엇일까. 상륙 후엔 3시간 이상 민통선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엄청난 체력이다. 심지어 군도 발견하지 못한 뚫린 배수로를 심야에 단박에 찾아냈다. 지난해 11월엔 기계체조 선수 출신 북한 주민이 3m 높이 철책을 훌쩍 뛰어넘어 남하했다. 모두 초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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