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설명회... 외무성·도쿄전력 등 총출동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결정 미뤄질 듯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저장탱크 포화시기가 당초 예상됐던 2022년 중순보다 더 미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초로 점쳐졌던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배출 결정 시점도 늦춰질 전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11일) 10주년을 앞두고 나온 일본 정부의 이번 발표로 일단 한·일 양국 간 마찰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인접국인 한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 지역 재건에 필수적인 원전 오염수 배출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여론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 "오염수 배출은 미룰 수 없는 과제"
일본 정부는 3일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흥 상황과 후쿠시마 제1원전의 현황에 관한 설명회’를 온라인상에서 가졌다. 이 설명회엔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참석,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오염수 처리ㆍ방출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일본 부흥청이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세계 각국의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해 설명회를 개최한 적은 있지만, 특정 국가인 한국 언론만을 대상으로 그것도 일본 외무성과 자원에너지청, 도쿄전력 등 원전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설명회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있는 오염수의 방출과 관련해 "언제까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등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배출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에서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124만톤이 탱크에 저장됐고, 원자로 건물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유입돼 여전히 매일 약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를 더 지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저장탱크 포화시기와 관련, 애초 예상됐던 2022년 중순보다 미뤄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지난해 일본 내 강수량이 적어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이 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앞서 오염수 방출 설비 건설에 1년 6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서 올해 초엔 일본 정부가 방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해 7월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 이전에 오염수 방출 결정이 이뤄질지에 대한 질문에선 답변을 피했다.
설명회 개최 이례적..."한국 여론 설득에 총공세"
일본 정부의 이번 설명회 개최 이유에 대해선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0주년인 11일을 앞두고 투명한 정보공개 차원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하게 얽힌 양국 간 외교 문제와 관련한 여론몰이로 보인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일단, 원전 오염수 배출 결정에 대해 중요한 변수인 한국 정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점쳐진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인근 해역에서 잡힌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제소, 4년여 간 이어진 무역분쟁 끝에 2019년 4월 우리 정부가 최종 승소했다. 수년간 후쿠시마 지역의 재건과 부흥을 위해 일본 수산물의 안전성을 세계에 홍보하던 일본 정부에는 뼈 아픈 일로 여겨진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주한일본대사관 차원에서 한국 언론에 설명회를 개최한 적은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이렇게 공을 들인 경우는 없었다"며 “오염수 배출을 앞두고 우리나라 여론을 돌리기 위해 총공세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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