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 상황 살피던 엄마, 총상에 고문까지?
친구 집 간 여고생, 저격수가 조준 사격?
민가 약탈, 민간인 재산 파괴도 기승?
21일 기준 집계된 사망자만 248명
19일 밤 총성과 고성, 비명이 미얀마 파코쿠의 한 마을을 뒤덮었다. 세 아이의 엄마 윈(39)씨는 상황을 살피려고 잠깐 집 밖으로 나왔다. 골목길에서 군인들이 주위를 에워싸더니 이내 총성이 울렸고 윈씨가 넘어졌다.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윈씨는 달아날 수가 없어 꼼짝없이 군인들의 포위에 걸렸다. "체포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는 윈씨를 군인들은 어디론가 끌고 갔다. 가까스로 집에 돌아온 윈씨 남편은 세 아이와 함께 숨었다.
다음날 오전 윈씨 남편은 "시신을 거둬가라"는 경찰의 통보를 받았다. 윈씨는 주먹을 꼭 쥔 채로 숨져 있었다. 총탄에 맞은 허벅지 뼈는 바스러져 있었고, 고문 흔적인 듯 얼굴과 발 곳곳은 멍들었다. 윈씨 남편과 이웃들이 21일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증언한 '평범한 세 아이 엄마의 안타까운 죽음'이다. 윈씨 남편은 "내 가정이 갈가리 찢어졌다"고 통곡했다. 이웃은 "우리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우리 삶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부르짖었다. 윈씨 남편이 언론에 제공한 가족 사진 속 윈씨의 웃음이 슬프고 낯설다.
미얀마는 살풍경이다. 쿠데타 반대 시위와는 무관한 민간인 희생자가 잇따르고 있다. 15일엔 만달레이 지역 한 마을에서 총성을 피해 친구 집으로 갔던 16세 소녀가 총살됐다. 함께 있던 친구도 총상을 입었다. 소녀는 마을로부터 300m 떨어진 언덕에 배치된 저격수의 총탄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색출을 빌미로 마을을 뒤진 뒤 주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을 붙잡아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행방이 묘연하다. 체포 다음날 고문 흔적과 함께 주검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군부의 광기가 시위 진압을 넘어 국민 모두를 적대하는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군은 민가 약탈과 민간인 재산 파괴도 자행하고 있다. 최대 도시 양곤 외곽 여러 마을에선 군경이 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해 현금과 전자제품 등을 뺏어갔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군경은 또 길가에 세워둔 차량을 불도저로 밀어서 망가뜨렸다.
무자비하고 악랄한 군의 침탈에도 시민들은 20, 21일 전국 20여 곳에서 산발 시위를 이어갔다. 전날 양곤에서 15세 고교생이 얼굴에 총탄을 맞고 숨지는 등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현지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시민 사망자가 집계된 인원만 이날 기준 248명이라고 밝혔다. 실제는 더 많다는 얘기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개탄스러운 상황을 즉시 끝내야 한다"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에 19일 제안한 아세안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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