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사령관 아들 리조트 파티에 군정 핵심 대거 참석
군부, 불도저 동원해 사망 소년 추모 운동 강제 진압
쿠데타 반대 시민을 유혈 진압하는 미얀마 군부의 광기가 도를 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군부 제재를 예고하자 대놓고 자신들만의 호화 파티를 알리는가 하면, 실탄 발사에 저항하는 소년들까지 살해하는 잔혹함을 드러냈다. 여전히 학살의 원인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군부는 무자비한 진압 태도를 바꾸지 않는 모습이다.
23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아들 아웅 삐 손(36)은 지난 20~21일 자신이 소유한 '아주라 비치 리조트'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뜬금없는 이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뚫고 미얀마 관광산업이 재개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취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불이 켜진 그의 리조트를 제외하면 현재 미얀마 관광산업의 재시작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해 11월 라카인주(州)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된 이후 미얀마로 향하던 외국 관광객의 입국은 4달째 끊어졌다. 그나마 내국인을 상대로 이어지던 요식업 등 관광 유관산업도 쿠데타 이후엔 모두 괴멸된 상태일 뿐이다.
최고 실세의 아들이 여는 파티에는 군정 핵심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웅 마웅 온 관광부 장관을 필두로 리조트가 위치한 아야와디주 출신 고위 장교까지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다. 파티에 참여한 대다수는 16일 EU가 예고한 제재 조치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은 국영방송까지 동원된 행사에 기꺼이 노출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군부도 EU의 추가 제재 결정에 대해 논평 한마디 내놓지 않고 무시로 일관했다. 오히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처한 뒤 표 민 떼인 전 양곤 주지사가 등장한 동영상을 제시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부정부패 증거가 발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가 무엇을 하든, 자신들의 방식으로 미얀마를 통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다.
사령관 아들과 군정 인사들이 파티에 취해 있던 20일 밤, 만달레이와 양곤에선 15세 소년 2명이 군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두 도시 시민들은 늦은 밤 촛불집회를 열고 군경이 자고 있을 새벽에 거리시위를 펼치며 희생된 어린 생명을 추모했다.
새로운 시위 양상을 발견한 군은 전날 불도저까지 동원해 시위가 진행된 마을을 공격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달레이의 14세 소년 한 명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이날까지 정치범지원협회가 추산한 반군부 시위 사망자는 261명에 달한다. 그러나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이날 "기물을 파손하고 불안을 부추기다 사망한 시위대는 174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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