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재·보궐 선거를 불과 1주일 남겨둔 더불어민주당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캠페인을 먼눈으로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게도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다. 승산이 많지 않은 싸움을 치르느라 시선 둘 곳을 잃었는지 당에선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내보낸다.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들의 지지율이 동시 추락하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선거 일선과 당지도부의 교신은 주파수가 맞지 않는가 하면, 정권이 지탱해온 정책 방향에서 어긋나 보이는 발언마저 들린다. 광장과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지 4년 만에 처음, 눈앞으로 다가온 패배의 기운을 목도하는 민주당은 갈 길을 잃은 듯하다.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추문에서 비롯된 선거를 치르면서도 '이번 선거는 거의 이겼다'고 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말은 '차라리 내년 대선을 대비해 힘을 비축하자'는 지령으로 들렸다. 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가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라며 표를 읍소하는 가운데, 박영선 후보는 "20대의 경험 부족"을 거론하며 표를 떨어냈다. 당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언급을 금기시했음에도 친문 진영 일각에선 고장 난 라디오처럼 SNS로 그를 말했다. 느닷없이 색깔로 '탐욕의 위상'을 가늠케 한 여당 의원에겐 혹시 '집토끼(민주당 지지층)'를 산으로 쫓아내려는 건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다. 정권 심판의 무대로 여겨지는 재·보궐선거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난전(亂箭)을 쏴대는 모양새다. 선거전 막바지로 들어가며 여야 할 것 없이 벌이는 네거티브 막말 싸움을 보자니 촛불혁명을 거치며 진일보했다고 믿었던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실망감마저 든다.
부동산에 선거의 모든 성패가 달렸다는 듯, 정부의 기존 정책방향과 다른 친시장적 신호를 발신하는 여권의 모습도 불편하다. 한강변 고층아파트 규제를 덜고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에 민간 참여의 장을 더하겠다는 박영선 후보의 말은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든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의와는 거리가 멀다. 대출 규제로 은행 창구에선 냉기가 서늘한데, 민주당은 허겁지겁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우대혜택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무리 선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지만, 우왕좌왕하는 메시지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들마저 고개를 젓게 한다.
선거 앞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비단 지금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4, 5년 만의 선거로 권력의 자리가 확정되는 선거지상주의 아래 과거와 현재의 모든 정당이 보이는 양태다. 하지만 유독 민주당의 오늘이 안타까운 것은 진보정권, 나아가 촛불정권의 책임과 소명이 특별해서다. 공정·평등·정의로 축약되는 가치를 뿌리 삼아 일어난 정권이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촛불이 부여한 힘을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고, 능력주의 신화의 한계를 부수기는커녕 남들보다 한발 앞선 스타트라인에 스스로 관대했던 정권의 자업자득. 돌아오는 대선에서라도 전열을 가다듬고 "40대만 지지하는" 정권이란 조롱을 털어내고 싶다면 하루빨리 포용국가와 공정사회를 천명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달라. 불공정 사회를 조장하는 진보정권을 지지할 촛불 민심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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