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對日 저항' 의미 담은 날에 軍 세 과시
양곤 인근 구금자 석방 요구 시위에 총격... 8명 숨져
만달레이주에서도 최소 10명 추가로 사망한 듯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던 시위대 수십 명이 또 군경의 무차별 총탄에 희생됐다. 쿠데타 이후 1일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한 군부가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통해 쿠데타를 자축하는 가운데 군부가 세 과시에 나선 셈이다. 군부는 국가 안정을 해치는 ‘테러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해 앞으로도 반(反)쿠데타 시위대의 희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등 전국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 1945년 일본의 미얀마 점령에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당초 사용됐던 ‘저항의 날’이라는 명칭이 현 군부의 ‘미얀마군의 날’ 대신 울려 퍼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저항의 날’에 더해 ‘반(反)군부독재의 날’이라는 슬로건도 쓰였다고 전했다.
미얀마군은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으로 대응했다. 미얀마나우는 "미얀마군의 날에 군부는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오후 4시 30분 자체 집계로 40개 도시에서 9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제2 도시 만달레이와 운뒨, 메이크틸라 등 만달레이주(州) 내에서 최소 1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와디는 전날 구금된 여성 2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양곤 외각 달라 시위대에 군경이 총격을 가해 이날 오전 3시 이전에 8명이 숨졌고 최소 18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곤 인세인 지역에서 한 명 이상이 숨졌고, 동부 라시오 지역과 바고 지역에서 각각 4명이 숨졌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5살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사사 특사는 “군부 장성들이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총격 등 군경 폭력에 희생된 것으로 확인된 이는 328명에 달한다.
한편 군부는 이날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군사 열병식을 열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행한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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