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특사 "대학살, 내전 임박… 행동에 나서라"?
중국 대사 "일방 압박, 강압 조치는 긴장 악화"?
유엔 무용론에 소수 민족 참여하는 통합정부 출범
"피바다(bloodbath)가 임박했다. 전례 없는 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다리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뿐이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화상 회담에서 유엔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군부 만행이 심각하고 소수 민족 무장단체 다수가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며 "안보리가 (대학살, 내전 등) 복합적인 재앙을 막는 모든 수단을 검토해 올바른 집단 행동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버기너 특사는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를 인용해 2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두 달간 군경이 536명을 살해하고 2,729명을 체포했다고 보고했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잔혹 행위를 하는 군부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중국이 회담 내용을 검토할 시간을 추가 요청하면서 안보리에서 제안한 언론 성명은 발표되지 않았다고 일부 대사가 전했다. 장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배포한 연설에서 "일방적인 압박 및 제재, 다른 강압적인 조치 요구는 긴장과 대립을 악화시키고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 결코 건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 등의 반대로 '유엔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보리 긴급 소집과 미얀마 특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말 뿐인 국제기구'라는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제인 안보리 구조상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 채택이 불가능하다. '반(反)인도적 범죄에는 거부권 행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안보리 개혁안이 매년 거론되지만 이마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묶여 있다.
유엔 특사의 경고처럼 대규모 내전은 차츰 현실이 되고 있다. 1일 미얀마 민주진영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소수 민족 무장단체가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출범을 선언했다. 과도헌법 역할을 하는 '연방민주주의헌장'도 선포했다. 군사정권 시절인 2008년 제정된 기존 헌법 폐기, 독재 청산 및 문민정부 출범, 소수 민족 권익 보장 등을 담았다. 군부의 정치 영향력 행사를 명시한 기존 헌법은 군부의 쿠데타 명분으로 악용된 바 있다. 시민들은 이날 헌법서를 불태웠다.
다만 CRPH는 어떤 소수 민족 단체가 참여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얀마엔 약 20개 소수 민족 무장단체가 있다. 병력은 7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군부는 소수 민족 무장단체들에 이날부터 한 달간 일방적인 휴전 선언을 했다. 무장단체들은 대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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