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성별 구분 없이 "군부 종식시키자" 입대 행렬
도시 여성들은 '민족 갈등' 희석 위해 함께 여론전
군부, 사제무기 소지자 체포… 강 대 강 대치 이어가
韓대사관, 7일 한국인 전용 귀국편 추가 마련
미얀마 샨주(州)에서 반(反)군부 시위를 벌여왔던 조 뚜(23ㆍ가명)는 지난달 14일 새벽 소수 민족 카친독립기구(KIO) 본부가 있는 미얀마-중국 국경 지대로 이동했다. 당연히 입대를 반대할 부모에겐 전날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겠다"고만 했다. 그리고 KIO 도착 4시간 뒤 그는 "미래의 평화를 위해 싸운다"며 카친독립군(KIA)에 정식 입대했다.
신병교육대에는 또래 청년 수십 명이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절반은 미얀마 인구의 60~70%를 차지하는 버마족, 나머지는 다양한 소수민족 출신 동지들이다. 10명 중 3명가량은 군의 유혈 탄압이 한창인 인근 시골에서 온 여성이었다.
출신과 성별은 달라도 입대 이유는 한결같다. 미치나에서 약국 개업을 준비했던 흐쿤은 "함께 피 흘린 지금이야말로 미얀마인이 단결할 때 아니겠냐"고 말했다. 양곤의 카페에서 일했던 냐 냐 역시 "이젠 군부 지배를 종식하고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 손에는 미얀마 북부 정글과 같은 짙푸른 청록색 군복이 건네졌다.
미얀마 청년들의 소수민족 반군 입대가 잇따르고 있다. 5일 프런티어 미얀마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국군의 날' 대학살 이후 남동부의 카렌민족연합(KNU)과 KIA 등에 입대하는 청년은 하루 수백명에 달한다. 군부는 KNU와 KIA 본부로 향하는 주요 길목의 검문을 강화해 잠재적 적들을 체포하는 데 혈안이지만 인적이 드문 산길을 통한 입대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여성 입대자들은 전투병 지원 업무를, 남성들은 기초 군사훈련 후 보병대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입대하지 못하는 도시 여성들은 해묵은 민족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반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예컨대 버마족 시위대와 카렌주 소수 민족 여성 단체들은 최근 간간이 연결되는 인터넷망을 통해 "버마족은 과거 민족 투쟁을 이해 못 한 것을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 같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시위활동가 뚜잇(26ㆍ여)은 "소수 민족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투쟁 전략을 함께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수 민족은 명분 쌓기에 나섰다 . 10개 주요 소수민족 대표로 구성된 '평화과정조종팀(PPST)'은 전날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한다"며 "내전이 폭발하느냐는 전적으로 군정 최고 의결기구인 국가행정위원회(SAC)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면적인 내전이 발발하더라도 근본 원인은 군부에 있음을 미리 강조해둔 것이다. 군부는 양곤 등에서 사제 무기를 제작한 시민 70여 명을 긴급 체포했다.
한국 교민사회 움직임 역시 분주하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최근 발생한 신한은행 양곤지점 미얀마인 직원 사망 사건으로 폭증한 귀국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7일 한국인만을 위한 인천행 전용 비행편을 마련했다. 3,500여 명의 현지 교민 중 쿠데타 이후 이날까지 귀국한 인원은 411명이다. 대사관은 "필요할 경우 (7일 이후) 추가 항공편 편성을 위해 미얀마 당국과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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