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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에스코트 조사’가 논란이지만 이 방식의 원조는 검찰이다. 검찰은 피조사자가 출두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는 것을 극도로 꺼릴 경우 청사 밖에서 피조사자를 만나 수사 차량에 태워 데려오곤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피조사자를 주로 픽업한 곳은 서울성모병원~서초경찰서 구간 도로 주변으로, 검찰청 구내 진입 후 곧장 청사 지하 주차장으로 직행해 보안을 유지했다.
□ 피조사자 소환 방식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다만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19조는 피의자 출석 요구 시 검사가 피의자, 변호인과 조사 일시ㆍ장소를 협의토록 하고 있다. 또 26조는 검사가 ‘에스코트 조사’를 해도 피조사자의 조사실 도착 시간, 조사 시작 및 종료 시간, 조사 중단 시 그 이유까지 적어 수사기록에 편철토록 하고 있다. 수사라는 공권력이 행사되는 전 과정을 추후 검증 가능하게 기록으로 남기게 한 것이다.
□ 공수처는 아직 검사와 수사관, 장비 등 완전한 수사 진용을 갖추지 못한 신생 조직이다. 그렇다고 이 지검장의 청사 출입 및 시간, 처ㆍ차장과의 면담ㆍ조사 내용, 조서 미작성 시 이유 기록 등 수사의 ABC를 정한 수사준칙을 어긴 것마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공수처 내에 ‘(에스코트 조사는) 검찰도 하는데, 공수처는 왜 안 되느냐’는 기류도 있다지만 문제의 본질은 ‘에스코트 조사’ 기록의 누락으로 공수처 수사의 공정성에 흠집이 났다는 점이다.
□ 주목되는 것은 일련의 공수처 논란에서 검찰이 보여주는 공격적 태도다. 공수처ㆍ검찰ㆍ경찰 실무협의체가 다룰 사건 이첩에 관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내용이 새어나온 것이나, 이 지검장 ‘에스코트 조사’ CCTV 화면 공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검사 전격 기소 등은 검찰이 공수처의 권위나 권한을 존중하기보다 견제ㆍ축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수처가 내부 규칙으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규정해도 검찰에 강제할 순 없다. 방법은 국회의 입법적 보완뿐인데, 그 과정에 검찰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이래저래 공수처와 검찰의 지속적인 권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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