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평균 공시가를 지난해보다 19% 인상해 실거래가 대비 현실화율을 70.2%로 높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시가가 시가보다 더 높은 집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서민이 거주하는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의 인상률이 높게 나타나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인상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공시가 산정 기준도 수긍하기 힘든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공시가 의견 조회 1차 마감일인 5일까지 이의신청 건수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시(70.6%)가 공시가를 낮춰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데 이어,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시가격 전면 재조사 및 정부 결정권을 지자체로 넘기라고 촉구하는 등 지자체장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은 공시가격 급등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을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공동주택의 92%를 차지하는 공시가 6억 원 이하 1주택 가구는 전년 대비 재산세가 감소한다며, 공시가 인상에 대한 반발이 일부 부유층에 국한된 것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지역 내 공시가격 실태를 전수조사한 서초구의 경우 소득이 없는 노인 105명이 올해 공시가 인상으로 기초연금 대상자에서 탈락해 생계 위협에 내몰리게 되는 사례처럼 공시가 인상은 취약계층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뿐 아니라 노인기초연금이나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 결정 등 63개 행정 지표로 쓰여 산정 기준이나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은 “명확한 기준도 없는 공시가 산정으로 정부 마음대로 세금을 올린다”라며 위헌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공시가 선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잘못된 공시가는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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