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피격 여성, 1시간 동안 접근 막아 사망?
흘라잉 사령관, 지역 순시하며 민심잡기 몰두?
성난 시위대, 사제 무기로 군경과 물리적 충돌
퇴근하던 19세 여성이 총탄에 맞고 1시간 넘게 방치된 채 거리에서 죽어갔다. 군경의 무차별 난사 탓에 아무도 돕지 못했다. 미얀마 군의 '묻지마 만행'이 진행된 다음날 쿠데타 장본인은 "미얀마 민주주의는 군부의 작품"이라고 역설했다. 이질적인 두 장면이 오늘 미얀마의 비극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6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4일 밤 9시쯤 만달레이에서 남편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던 텟 텟 윈(19)이 총탄에 맞았다. 군경은 오후 8시 이후 통행 금지를 어기고 정지 명령까지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준 사격을 했다. 윈의 남편 복부를 관통한 총탄은 뒤에 타고 있던 윈에게도 부상을 입혔다. 윈은 오토바이에서 떨어졌지만 살아 있었다. 그를 구하려는 시민들에게 군경은 무차별 난사했다. 남편은 복부 상처를 부여잡고 1시간 넘게 도로 위에서 피를 흘리던 아내를 애타게 바라봤다. 남편은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윈은 결국 응급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다음날 오전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북부 마그웨 지역을 순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린 시절 반장을 뽑는 것이 중요하듯 국민대표를 선출하는 미얀마의 선거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군부가 민주주의 관행을 미얀마에 관철시키면서 이 나라는 염원했던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군부의 직접 통치에서 총선을 통한 정부 구성이 이뤄졌던 2010년과 2015년 선거가 군부의 '양보와 노력'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과거 두 번의 총선은 민주세력의 저항으로 이룬 성과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흘라잉 사령관은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거론했다. "(2015년 총선 이후 수치 정부는) 정치ㆍ경제ㆍ사회 영역에서 국민이 기대했던 마땅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부는 지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역에 양수장을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연설 어디에도 군부 탄압으로 죽어가는 국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민들은 물리적 저항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날엔 시위대가 사제 수류탄을 군용트럭에 던졌다. 이날 기준 열흘 사이 군경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은 최소 6곳에서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군경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활동하는 지역은 준(準)전시 상황이다. 군부가 태국과 접한 동부 지역에 공습을 예고하자 집을 버리고 스스로 난민이 된 주민 6,000여 명은 땅을 파고 굴 속으로 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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