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큰 격차로 패배했다. 거여의 독주, LH사태, '생태탕' 네거티브 등 패인 분석이 넘쳐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의 가장 결정적 장면을 고르라면 2030세대의 변심을 꼽고 싶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55.3%, 56.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20대 남성에선 72.5%의 몰표를 받았다. 2030세대는 보수 야당을 기득권 ‘꼰대 정당’이라며 일찌감치 손절했던 현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다. 이들의 변심은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40대와 비교돼 더욱 도드라졌다. 그들이 돌아선 것을 여권은 뼈저리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선배 세대의 성과인 산업화와 민주화의 수혜를 모두 받고 자란 2030세대는 적대적 이분법 논리에서 자유롭다. 다른 한편으로 2030세대는 한국 사회가 저성장 수축사회로 접어들면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세대다. 이들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 슬로건은 헬조선 탈출을 기약하는 희망가였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조국 사태로 공정의 가치는 흔들렸고, 최근엔 여권 핵심 인사들이 임대차 3법 개정 전 임대료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체적 신뢰의 위기에 몰려 있다.
그나마 위선과 내로남불은 당장의 삶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30세대가 여권의 일하는 능력에 제대로 낙제점을 준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양극화와 고용 불안의 최대 피해자인 청년층의 현주소는 여권의 ‘민생 무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실제로 집값 폭등으로 근로소득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꿈이 됐다. ‘부동산 우울증’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20대 후반 청년은 정부 말만 믿고 내 집 마련을 미뤘다가 어느 순간 ‘벼락거지’가 됐다고 한탄한다.
비주류와 약자의 편에 서 왔다는 여권은 아직 이런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야당 유세차량에 오른 청년들을 향해 내뱉은 ‘역사에 대한 경험치가 낮다’ 같은 비판은 2030세대와 동떨어진 여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거 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 민주당 2030 의원 5명이 재·보선 참패 반성문을 쓰면서 조국 사태를 거론했다가 ‘초선 5적’으로 불리며 집단 공격을 받고 있다. 86세대가 주류를 차지하고 편가르기에 능한 극렬 친문지지층이 외곽에서 엄호하는 현재의 여권 지형에선 2030세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얼마 전 1980년대생 논객 6명이 ‘추월의 시대’라는 책을 펴내 한국 사회가 사실상 선진국에 대한 추격을 완료하고 추월 단계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선진국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으로 집약되는 기성세대의 시대 인식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점잖게 말하고 있지만, 실은 “당신들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로 들렸다. 청년 세대가 '결과의 평등'에는 관심이 없고 '기회의 공정'만 강조하면 결국 능력주의(meritocracy)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장강의 도도한 물결도 결국 뒷물결에 의해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걸 모른 채 자신들이 여전히 무대의 주인공인 양 꼰대질만 하고 있다면 후배 세대의 손절 속도는 더 빨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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