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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내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오 시장은 아울러 당시 인사 문제와 장례식 문제 등과 관련한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했으며 피해자로부터 재조사 요청도 받았다고 밝혔다.
▦ 서울시가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장례를 가족장이 아니라 5일간의 서울시장(葬)으로 진행했을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성추행 혐의 피소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인사의 장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시청 앞에 분향소를 별도로 설치, 시민들의 조문을 받아 방역수칙 위반 논란도 빚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는 글이 올라 5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 여러 논란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과오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사과다운 사과도 하지 않았다.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 시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까지 무리하게 바꾸며 선거에 나서는 오만을 부리다 결국 참패를 맞았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 여성들마저 등을 들린 결정적 이유로 박 전 시장 사건이 꼽힌다. 민주당은 그러나 선거 대패 후에도 제대로 된 반성이나 쇄신책을 내놓지 않았다. 초선 의원들이 “보궐선거 공천을 하지 말아야 했다”는 입장문을 내긴 했으나 그 이유에 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 4·7 재·보선을 앞두고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예찬론을 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처럼 민주당에는 여전히 박 전 시장 사건을 억울해하는 이들이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를 배려한다고 해서 박 전 시장의 삶 전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업적은 업적대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정말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면 이날 오 시장의 사과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나왔어야 했다. 피해자를 외면한 행태가 더욱더 박 전 시장을 몹쓸 사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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