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계기로 다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난 뒤 신구 세력 간 갈등과 개혁 부진으로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하느냐'는 우려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너무 늦지 않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4 ·7 재·보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선거 승리에 안주한다는 인식을 줄 여지가 크다. 특히 5선의 서병수 의원이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느냐”며 사실상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다음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한 것은 모양새가 매우 부적절하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그들의 과오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이뤄져야 하는데, 탄핵을 부정하면서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는 과거 회귀에 다름없다. 서 의원의 발언을 두고 “법치주의를 무시한 것”(김재섭 비상대책위원) “탄핵은 정당했다”(이준석 전 최고위원) “시대정신인 공정과 법치를 부정할 것이냐”(조수진 의원) 등 당내 소장파 정치인들이 즉각 반발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젊은 정치인이나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국민의힘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포스트 김종인 체제’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다시 복귀해 주도권을 쥔다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중심의 정권 교체는 물 건너갈 게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 민심이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에 표를 던진 것은 그나마 김 전 위원장의 개혁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전 위원장의 쓴소리대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 영입하면 다 될 것처럼 정치를 한다면,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오기도 어렵고 설령 들어오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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