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관련해 "여야는 27일까지 국정조사 특위 위원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달 10일 정기국회 종료 이전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채 상병 특검을 세 차례 거부한 데 따른 차선책으로 국정조사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여당은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들어 국정조사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국정조사가 민주당의 정략적 목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주도해 온 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이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관행도 부각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정조사 반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구명조끼 등 기본적 안전장치도 없이 폭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히려 군 검찰은 지난 21일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국가가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60%가 넘는 이유일 것이다. 우 의장이 국정조사 추진과 관련해 "국민 요구와 동의는 충분히 확인됐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분들에 대한 예우는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무엇보다 보수라면 팔을 걷고 나서야 할 이번 사안에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여당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것은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약속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의식한다면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정략적 목적 운운하기에 앞서 젊은 병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은 외면한 채 시간만 보내는 것이 보수 가치에 맞는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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