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꾼 농간으로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이 ‘가등기의 덫’에 걸려 두 번 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등 정부와 국회의 대책 마련이 뒤따랐지만, 가등기가 걸린 주택은 등기상 효력 때문에 특별법 대상에서 제외되며 계속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26일 본보 보도를 보면 특정 개발 업체가 수도권 빌라 85채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등기는 본등기(최종 등기) 이전에 향후 본등기를 위해 미리 해두는 예비등기를 가리킨다. 가등기만으로 실체법상 효력은 없지만, 대법원 판례상 본등기 순위를 가등기 순위에 따르도록 하는 ‘순위보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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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확인 결과 가등기가 걸린 85채 중 81채가 강제 경매 절차(임차권 등기 설정)에 들어간 상태였다.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전받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실제 시장에선 가등기 걸린 주택은 아예 경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가등기 주체가 본등기를 하면 순위보전 효과 때문에 우선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등기 걸린 주택에서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의 경우, 경매를 통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방법이 아예 막혀버린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세금에서 특례를 부여하는 전세사기특별법조차, 가등기 걸린 주택의 피해까지 구제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가등기가 설정되어도 해당 주택에 사는 세입자에겐 통보조차 되지 않아, 세입자가 따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 가등기를 말소하는 절차도 있지만, 실제 말소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전세사기꾼들이 ‘바지주인’의 소유권 처분을 막으려고 걸어둔 가등기 탓에 애먼 세입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 가등기 피해자를 위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범죄 특성상 아무리 대책을 만들어도 작은 구멍만 있으면 사기꾼들이 그 틈을 이용해 법망을 벗어나려고 한다. 세입자가 가등기 설정을 인지하도록 하는 방안, 전세사기 대상 주택의 경매에서는 되도록 피해자가 인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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