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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난맥상, 그땐 왜 몰랐을까

입력
2021.05.1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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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올해 공동주택 가격 결정·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 남산공원 아래로 아파트 단지들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올해 공동주택 가격 결정·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 남산공원 아래로 아파트 단지들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3월 15일 국토교통부가 전국 평균 약 19% 상승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자 주택 소유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무려 70%나 오른 세종 아파트 단지들은 즉각 집단 반발했다. 같은 동의 같은 층인데도 들쭉날쭉한 공시가격이 속속 드러났다.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는 구청장과 도지사가 직접 공시가격 산정에 항의했다.

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국토부는 “결정·공시 때 산정근거가 되는 공동주택의 특성과 가격참고자료를 포함한 기초자료를 공개한다”고 했다. 이걸 내놓으면 공시가격에 대한 의문과 논란이 해소될 거라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공동주택 가격 결정·공시와 함께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첨부된 산정 기초자료는 반발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었다. 주택특성자료는 건축물대장만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인 데다 가격참고자료도 인터넷 검색으로 파악 가능한 정보의 나열이었다. 수치화된 공시가격 근거는 없고 산정의견은 ‘복붙(복사해 붙임)’ 수준에 그쳤다.

올해 공시대상 공동주택은 1,400만 가구에 달한다.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국토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의 1분기 기준 임직원 수는 1,092명이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기관장 포함 전원이 가격 산정에 달라붙는다 해도 1인당 1만2,000가구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이 많은 주택에 대한 기초자료를 일일이 첨부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토부도 물리적인 한계를 인정한다. '복붙' 수준의 산정의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적으로 추출한 정보에 불과해 기초자료를 공개해도 공시가격 논란이 해소될 수 없다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하긴 부동산에 대한 자신감은 이번 정권 내내 계속됐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다. 부동산 불안감이 커졌던 시기였고 이후로도 집값은 빠르게 올랐다. 결과적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약 6억 원에서 지난달 11억 원(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통계)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 이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또 어땠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24번의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 퇴임 시점에야 김 전 장관은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단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했다. 재임한 3년 6개월간 규제보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시장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조언이 계속됐는데 그땐 몰랐던 걸까.

뒤늦게 정부는 올해 ‘2·4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공급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109일 만에 퇴임한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이 그토록 자신감을 표했던 정책이다. 수도권 61만 가구(서울 32만 가구 포함), 전국 총합으로는 83만 가구에 이르는 막대한 물량인데 아직 어디에 지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2·4 대책의 목표는 2025년까지 주택공급 '부지 확보'이지 입주 기준이 아니다. 집값 안정을 마다할 이가 있겠느냐만은 자신감만 앞섰던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아직은 이 또한 불안하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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